4.2% 성장에 '영끌' 재정인데…일자리 절벽은 여전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11:44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과 4.2%의 높은 경제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절벽은 여전하다.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은 558조원이다. 여기에 1차 추경 14조9000억원과 2차 추경 33조원을 합하면 총재정은 605조9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두 차례 추경만으로 이미 재정 규모는 역대 최대라는 작년보다 26조8000억원이 늘어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추경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발생 이후 추경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확장 재정과 경기 회복 기대감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당초(3.2%)보다 1%포인트 높은 4.2%로 제시했다. 취업자 수도 애초 15만명 증가에서 25만명 증가로 10만명 늘려 잡았다.

하지만 취업자 수는 지난해 22만명이 줄었다. 따라서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증가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의 취업자 증가 전망은 한국은행이나 민간연구기관보다 낙관적이다. 한은은 14만명, LG경제연구원은 11만명, KDI는 19만명 증가를 예측했다.

양적 회복뿐만 아니라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정부가 본예산과 추경을 통해 만들어 낼 직접 일자리가 129만7000개다.

5월의 경우 취업자는 61만9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60세 이상이 68%에 달하는 45만5000명이었다. 정부의 단기 재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경제의 '허리'격인 30대는 6만9000명, 40대는 6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청년 고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5월 전체 실업률은 4.0%였지만 20∼29세 실업률은 9.3%였다.

2020년 일자리 예산 유형별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0년 일자리 예산 유형별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비교적 높은 성장률과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고용 비중의 67%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업이 여전히 부진하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대부분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늘었지만, 도소매업에서는 13만6000명, 예술ㆍ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에서 3만9000명, 기타 개인서비스업에서 4만5000명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부의 영업 금지, 영업 제한 등으로 서비스업에서 실업자가 늘었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수출 위주의 경제ㆍ산업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용 시장에는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활성화한 비대면 경제와 자동화 추세도 고용 없는 성장을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을 개선하지 않고는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고 본다. 예컨대 고부가 서비스업에서 일자리 창출 여지가 많은데 의료나 법률 시장 개방, 원격의료 등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8일 30대 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지만, 기업들은 현재의 규제ㆍ노동 환경에서 고용을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낸다”면서 “핵심 규제 완화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번 채용하면 임금이 계속 오르는 연공제를 성과 중심의 급여 체계로 전환해 고용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등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기업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소비 회복에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업의 고용을 최대한 살려내겠다는 취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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