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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부모가 제페토를 해야 하는 이유...메타버스 체험기

중앙일보

입력

꿈꾸던 내 모습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세상

제페토에서 노는 아바타.

제페토에서 노는 아바타.

알파 세대(21세기에 태어난 세대)가 푹 빠져 있다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가입했다. 일반적인 게임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했다. 현실과 꽤 동떨어진 이상적인 모습의 아바타를 만드는 데까지는 신기할 게 없었다. 히피 ‘라이트닝’의 캐릭터가 완성되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가상 인스타그램이 자동으로 생성되며 2억 명 유저들의 가상 계정과 연결됐다.

첫 번째 퀘스트 ‘새로운 친구 팔로우하기’를 따라 이름 모를 누군가를 팔로우하자 거의 바로 ‘맞팔’이 돌아왔다.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 올리자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팔로워도 생겼다. 피드를 올리는 순간 전체 유저가 공유하는 계정에 사진이 올라가서다.

“저랑 같이 다닐래요?”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서툴게 제페토 내를 돌아다닐 때다. 알파 세대임이 분명한 말투와 능숙한 몸놀림을 보이는 친구가 가상세계 내 소통이 익숙한 듯 말을 걸었다. 함께 꽃잎 원반을 올라타 하늘을 날고, 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하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한 번도 현실에서 만난 적이 없지만, 기분 좋은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제페토에서 수영하기.

제페토에서 수영하기.

처음엔 제페토가 그다지 재미없었다. 그러나 일상에 지친 어느날, 가상세계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니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과 달리 예쁜 얼굴, 날씬한 몸으로 꽃잎도 타고, 잭과 콩나무도 올라가니 말이다.

제페토 내에는 심심풀이로 들어가 볼 새로운 ‘월드’가 수없이 많다. 꽃잎이 가득 떨어지는 벚꽃 카페부터 움직이는 별자리 고래를 만날 수 있는 우주 밀키웨이까지 한 번씩만 방문해도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가상 맵 공간이 넘쳐난다. 이곳에서 유저들은 즉석에서 마음에 드는 아바타끼리 친구를 만들고 사진을 찍으며 함께 미션에 도전한다. 현실보다 디지털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알파 세대의 새로운 세상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판타지 아바타 세상

제페토에서 벚꽃 구경

제페토에서 벚꽃 구경

제페토는 네이버 제트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국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이중 대다수가 해외 유저고 80%가 10대다. 강력한 아바타 기능으로 나와의 동일시를 통해 애착을 강화한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켓 기능, 유저끼리 소통이 자유로운 소셜미디어 기능을 강화했다. 유저가 직접 게임과 공간을 제작할 수도 있다.

부모 세대가 즐겼던 게임과는 다른 점이 많다. 저서 『메타버스』 등에서 제페토·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세계를 분석한 강원대 산업공학과 김상균 교수는 “제페토는 게임이라기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휴식을 위한 판타지’”라고 정의했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과 칼 등은 찾아볼 수 없고 공격·통제적 요소도 거의 없다. 경제활동 측면에서도 다르다. 일반 게임이 아이템을 받아서 판매하는 식의 채집경제 방식이라면 제페토는 유저가 아이템 자체를 창작하고 상대방이 만족해서 사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강력한 중독성... 부모도 알아야 조절할 수 있어

사진 찍기 체험.

사진 찍기 체험.

제페토는 강력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가상 세계에서 자신을 상징하는 아바타가 실제 타인들과 교류하는 하나의 ‘세상’이기 때문에 중간에 강제로 게임을 종료했을 때 일반 게임보다 강력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현실 세계라는 감옥에 갇힌 듯한 고통을 유발한다. 미성년자는 부모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가상 세계 속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장시간 즐기다 보면 현실의 나는 아바타를 조종하는 정신으로 정의하고 수시로 가상세계로 도피하려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디지털 세계가 현실보다 익숙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세계를 일단 부모가 이해해야 지도할 수 있어요. 알아야 하는 거죠.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 교수는 “일단 부모가 제페토를 체험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제페토 내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말을 붙여보면서 마음이 가는 월드를 방문하고, 나아가 직접 월드를 만드는 데까지 도전해 보면 좋다고 권한다.

“아이들의 가상세계 플랫폼 활동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 요소를 줄이고, 긍정적 요소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제페토 안에서도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적절한 사용 시간을 정하고, 아이와 함께 제페토에서 만나 돌아다녀 보세요. 아이의 세상을 방문해 보는 거죠.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의 미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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