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탈검찰 외치더니…장관 보좌 후 그 검사들 영전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05:00

업데이트 2021.06.30 08:34

자원이 희소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논리는 법무부가 지난 25일 단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검찰 고검검사(중간간부)급 인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에 따라 현직 검사가 보임하던 법무부 주요 보직이 줄었고, 이 소수의 보직에 진출한 검사들이 대부분 영전했기 때문이다. 탈검찰화 속에서도 법무부는 여전히 검사의 영전 코스로 건재하단 게 재확인된 셈이다.

박철우(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대변인과 김태훈(30기) 검찰과장은 각각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형사·공판부 지휘)와 4차장검사(반부패·강력수사부 지휘)로 승진했다. 3차장검사로 승진한 진재선(30기) 서산지청장 역시 법무부 검찰과장, ‘검찰개혁’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기획단장을 거쳤다. 현재 박승대(30기) 정책기획단장은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로 영전했다.

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한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 뉴스1

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한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 뉴스1

박은정(29기) 감찰담당관은 차기 검사장 승진 코스 중 하나인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고, 조국·추미애·박범계 장관을 연달아 보좌한 조두현 장관정책보좌관(33기)은 속초지청장 발령을 받았다.

부부장급인 감찰담당관실 박진성(34기), 장형수(35기) 검사는 각각 부장검사 승진과 함께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장 및 안동지청장으로 부임한다. 이번에 이동하는 법무부 검사 대부분이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주요 지검 부장검사나 지역 기관장인 지청장 발령을 받았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그대로 다른 검사들이 와서 채웠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지난해 12월 1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지난해 12월 1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7년 8월 출범한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법무부 실·국·과장급 이상 보직에 검사가 아닌 일반직 공무원(외부 인사 포함)을 임명하는 내용의 탈검찰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2018년 6월엔 법무부 검찰국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내용의 검찰국 탈검찰화를 권고했다.

2기 개혁위는 2019년 10월 법무부 검찰국 등의 완전한 탈검찰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즉시 삭제·개정하라고 압박했고, 지난해 1월엔 실질적인 탈검찰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 대신 일반경력직 공무원으로 충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검찰 중간간부 주요 인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검찰 중간간부 주요 인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에 따라 법무부는 그간 ‘검사만’ 보임할 수 있던 보직에 ‘검사도’ 보임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 등을 고쳐왔다. 2기 개혁위는 “검사만 보임 가능했던 직위 61개 중 44개(72%)에 비(非)검사도 보임이 가능하도록 직제를 개정했고, 실제 검사가 보임하던 직위 71개 중 37개(52%)에 비검사를 임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서장급 주요 보직을 추려서 살펴보면 핵심 보직 상당수엔 여전히 검사가 배치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법무부 주요 보직자 현황(지난 2월 기준)’에 따르면, 치료감호소를 제외한 과장급 이상 직위 83개 중 검사가 임명될 수 있는 직위는 41개(49.4%), 이 중 실제 검사가 보임한 직위는 21개(25.3%)다. 법무부 간부 4명 중 1명은 검사란 얘기다. 문제는 이 21개 직위 대부분이 법무연수원장·검찰국장과 그 산하 부서장은 물론 기획조정실장·대변인·감찰담당관·장관정책보좌관 등 핵심 자리란 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들 아래엔 법무부 검사로 전보된 평검사는 물론, 일선 지검에 적을 둔 채 파견·업무지원 형태로 법무부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탈검찰화가 된 부서에도 대개 검사가 1명씩은 배치되는데 이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막상 민변 등 외부 전문가를 데려다가 일을 하다 보니 원활하지 않으니까 결국 물밑으로 검사를 수혈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사명령 외 업무지원 등의 형태로 법무부에서 근무한 검사 현황을 제출해 달라는 전주혜 의원의 요구에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탈검찰화 역시 위선이었다”며 “친정권 검사들을 양성하고, 챙겨주기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검찰국에 한해서지만, 감사원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다. 감사원이 지난 3월 18일 발표한 대검찰청 등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를 통해서다. 지난해 5월 말 기준 검찰국엔 검사 31명과 검사 외 검찰공무원 56명 등 총 87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정식 인사발령으로 근무하는 인원은 검사 18명, 검사 외 검찰공무원 42명 등 60명뿐이었다. 나머지 27명은 일선 검찰청 소속 직원이거나, 법무부 다른 부서 직원을 내부에서 이동시켜 근무토록 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법무부에 정식 파견제도를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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