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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금괴 40㎏ 묻혔다"···한은도 가세, 동화사 소동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25 전쟁 당시 금괴가 탈취 당했던 상황을 재연한 방송 화면. JTBC 영상 캡처

6.25 전쟁 당시 금괴가 탈취 당했던 상황을 재연한 방송 화면. JTBC 영상 캡처

금괴 40㎏, 동화사 뒤뜰에 묻혔다?

"그래서 금 발굴을 한다? 안한다?."

파보긴 했나? '동화사 금괴 소동' 재조명

지난 27일 '6·25 때 한국은행이 북한 측에 뺏긴 금괴, 대구 동화사 뒤뜰에 묻혔다?'는 본지 보도(6월 27일)에 붙은 댓글 중 하나다. '동화사 금괴 소동'은 6·25 때 인민군이 대구 사찰 뒤뜰에 금괴 40㎏을 묻었다는 이야기다. 71주기 6·25를 맞아 관심이 높아지는 동화사 금괴 사건을 재조명해봤다.

동화사 금괴 소동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 함경도에서 탈북한 40대 김씨의 발언이 시작이었다. 2008년 12월 한국에 온 그는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서울에 처음 정착했다. 김씨는 우리나라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2011년 대구에 나타난 뒤 본격적인 '보물찾기'에 나섰다.

그가 찾는 보물은 20억원 어치가 넘는 금괴 40㎏. 김씨는 "팔공산 동화사에 있는 대웅전 뒤뜰에 금괴가 묻혀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북한에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6·25 상황 전해져…한국은행도 가세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함경도에 살던 그는 고향이 대구 인근인 70대 이씨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후 양부자 관계로 사이가 가까워지자 이씨가 금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당시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이씨의 부모는 6·25전쟁이 나자 고향 대구로 피란을 갔다. 이후 인민군이 남쪽으로 더 밀고 내려오자 이씨 가족은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생활이 넉넉했던 이씨 부모는 이때 집 등 재산을 처분해 금을 사들인 뒤 동화사에 묻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찾으러 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이씨 가족은 북한으로 가게 돼 그곳에 정착했다.

김씨의 보물찾기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금괴가 묻혀있다는 동화사 대웅전이 문화재(보물 제1563호)여서다. 땅을 파는 것과 같은 작업을 하려면 반드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괴 소동이 벌어진 동화사 뒤뜰. 김윤호 기자

금괴 소동이 벌어진 동화사 뒤뜰. 김윤호 기자

발굴 작업은 아직…연락 끊긴 김씨

이에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후 사전 확인작업 차원에서 금속탐지기 조사를 벌였다. 당시 김씨는 "대웅전 뒤뜰 지하 1.2m에 금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금괴 이야기가 세상에 퍼져나가자 "발굴 작업을 해보자"는 여론이 생겼다. 논란이 계속 일자 문화재청은 조건부 발굴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실제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발굴 작업 과정이나 매장물 처리문제 등을 놓고 줄다리기가 시작되면서다. 당시 동화사 측은 "복구 방법, 매장물 발견 후 처리방안 등을 김씨 측과 완전히 협의할 때까지 굴착작업 중단해달라"는 의견서를 문화재청 냈다. 확실치 않은 정보로 보물인 대웅전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소유권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금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산된다. 당시 한국은행은 '금괴 발굴 때 참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문화재청과 동화사에 보냈다. 동화사에 매장돼 있는 금괴가 6·25전쟁 때 한국은행에서 도난당한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 금괴 수송에는 미군 GMC 트럭이 투입됐다. 2차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쓰였던 대표적인 군용 차량이다. 2차세계대저 당시 작전 중인 차량. 중앙포토

한국은행 금괴 수송에는 미군 GMC 트럭이 투입됐다. 2차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쓰였던 대표적인 군용 차량이다. 2차세계대저 당시 작전 중인 차량. 중앙포토

대웅전 뜰엔 CCTV…주민들 "기운 좋은 곳"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6·25전쟁 발발 이틀 뒤인 1950년 6월 27일 서울 본점에서 순금 1070㎏과 은 2513㎏을 우리 군의 트럭 1대에 싣고 경남 진해 해군통제부로 갔다. 하지만 당시 급박한 상황 탓에 순금 260㎏과 은 1만5970㎏은 옮기지 못한 채 6월 28일 한국은행이 인민군에 접수되면서 약탈당했다고 한다. 동화사 뒤뜰에 있다는 금괴가 이때 도난당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국은행 측의 입장이다.

당시 동화사에 근무했던 익명의 관계자는 "방송국 등에서 동행한 전문가들이 광물탐지기·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조사하기도 했다"며 "김씨가 2012년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결국 금괴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동화사 대웅전 뒤뜰은 도굴이나 훼손 등을 우려해 여러 대의 폐쇄회로TV(CCTV)가 일대를 비추고 있다. 금괴 소문을 들은 관광객들이 재미삼아 구경와서 "여기 아래에 금괴가 있다더라"면서 돌아보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실제 금괴가 땅 아래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웅전 뒤뜰은 아는 사람만 복을 빌고 가는 기운이 좋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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