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G7 반열에 서려면 외교개혁부터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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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대통령의 G7 회의 참가는 세간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지나갔다. 정부는 언론의 보도가 부족했다며 불편한 심사를 내비치고 있다. G7의 한국 초청은 G7이 한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범세계적 이슈를 함께 논의할 파트너로 간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G7 확대 구상까지 갖고 있으므로 한국은 계속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 좋은 일이다. G7 참가의 의미가 이런데 정작 국내에서 관심이 적으니, 정부로서는 야속할 법하다.

이제 G7급 외교가 필요한 시점
자국 중심보다 국제적 관점 가져야
정책 전환 위해선 외교 개혁 긴요
G7 참가 계기 공감대 확산 기대

정부는 ‘G7 참가=국위상승’이라는 등식에 경도되어 이것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G7 참가와 관련해서는 주목해야할 또 다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참가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이다. 따라서 당연한 질문은 과연 우리에게 감당할 채비가 되어 있는지다.

질문의 배경에는 배타적인 클럽이라는 G7의 특성이 있다. G7 신규참가는 기존 멤버들이 자격과 유용성을 평가하여 판단한다. 그러므로 신규 멤버는 기존의 관점과 원칙을 상당부분 공감할 것이 기대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충분히 대비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G7의 반열에 들어가려면 첫째, 기존 멤버와 비슷한 수준의 국제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안에는 대외문제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와 국내정치 위주 관점, 포퓰리즘에 경도된 관점이 아직도 강고히 자리 잡고 있다. 국제적 관점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외교 생태계의 현실이다.

둘째, 범지구적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한다. 빈곤, 질병, 환경, 기후변화, 재난구호, 테러, 사이버 이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의 개별적 국익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한 나라다.

셋째, 민주, 자유, 인권 등 가치문제에 대해 기존 멤버와 유사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외교는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가치문제를 중시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수진영은 민주화의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가치문제에 투철하지 않았다. 진보진영은 민주화와 인권 옹호에 역할을 했음에도, 이를 내세울 경우,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신중했다.

넷째, G7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클럽으로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 대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취해 왔다. 그 사이에 G7의 일원인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이 되었다.

다섯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G7이 갖고 있는 관점과 우리의 입장 사이에 큰 편차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입장은 국제적 평균 보다 북한에 대해 유연하다. 국제공조 보다 민족공조로 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상의 간극을 감안할 때 한국은 하드웨어 격인 국가 체급 측면에서는 G7급이지만, 소프트웨어 격인 외교적 대응 역량 측면에서는 추가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봐야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안고 G7에 다녀온 셈이다. 이번에는 참여의 폭이 제한적이었으므로 큰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이 참여한 열린사회 성명에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표현이 포함됨으로써 한국은 곤혹스럽게 된 바 있다. 또 G7끼리 작성한 성명에 포함된 북핵 관련 표현이 한국의 입장과 잘 들어맞지 않아 논란이 일어났다. 만일 우리가 지금의 간극을 방치하고 G7에서 활동하다가 많은 허점을 노출한다면 자칫 한국은 확대된 G7에 안착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 외교적 대응 역량 부분에서 선진화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외교를 자국 중심, 국내정치 중심, 한반도 중심으로부터 국제적 관점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 한국외교에서 가치 비중도 늘려야 한다. 북한, 중국 문제에 대해 진보 보수 견해를 수렴한 정책의 큰 틀을 정립해야한다. 미래 지향적 대일 외교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도 키워야 한다.

사실 이 정도의 정책전환은 한국외교 전반에 대한 개혁을 의미한다. 외교개혁은 한국의 국력상승에 비추어 보면 이미 뒤늦은 과제인데도 오랫동안 방기되어 왔다. 나라의 체급이 G7 반열에 들게 된 차제에 외교개혁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과거 한국축구가 빈약한 수준에 있다가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주최하게 되면서 획기적인 개선과정에 들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이 작업은 당장 시작하는 것이 좋겠지만 임기 말인 현 정부에 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에게는 G7 반열에 서기 위해서 한국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결국 이 작업은 다음 정부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도 G7의 반열에서 움직여야할 것이므로 이 일은 대선 주자에게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외교개혁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지금의 외교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한국외교의 업그레이드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G7의 반열에서 운신할 수 있다. G7 참가를 계기로 외교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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