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이길보라 감독을 통해
‘코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2020년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자리에서 였다.
당시 그는 영화 ‘기억의 전쟁’ 개봉으로
화제 중심에 있었다.
이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제 할아버지가 1971년 베트남에
파병된 장교였습니다.
집안의 훈장과 표창장들이
제겐 베트남의 전부였죠.
할아버지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암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어요.
이후 할아버지의 베트남전과
상반된 기억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난생처음으로 이게 뭐지,
알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그
에게도 불편한 진실이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자랑스럽던 베트남전과 상반된 기억,
그 ‘기억의 전쟁’을 그는 영화를 빌어 세상에 이야기했다.
더욱이 영화 주인공이
여성·시각장애인·청각장애인임을 밝히면서
이길 감독 스스로 ‘코다’라 말했다.
“부모님이 농인이고 제가 ‘코다’기에
공식적인 언어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자연스레 관심 갑니다.”
여기서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 즉
‘농인 부모의 자녀’라는 의미였다.
최근 그가『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책을 내었다.
제목엔 ‘코다’인 그가 농인 어머니를 이어 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더욱이 옹알이를 손으로 배웠던 그는
살면서 겪었던 ‘차별과 불평등’이
‘차이와 다름’이 되어야 하기에
말해야 한다고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또한 장애, 여성, 전쟁 등 말이 있어야 할 데에
그는 주저 없이 말하고 있다.
그는 올해 네덜란드 정부가
전 세계 여성 리더에게 수여하는
젠더 챔피언 상을 받았다.
이는 그가 영화로, 책으로
늘 세상에 말해온 결과일 터다.
말이 있어야 할 데에 말하는 당신을 이어 하는 말,
결국 이어진 서로의 말이
판을 바꾸고 뒤집는 물결이 될 것이기에
그래서 그는 오늘도 당신을 이어 말하는 것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