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바페 승부차기 실축, 프랑스 짐 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스위스 골키퍼 얀 좀머(왼쪽)가 승부차기에서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 슈팅을 막고 있다. 스위스가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AP=연합뉴스]

스위스 골키퍼 얀 좀머(왼쪽)가 승부차기에서 프랑스 킬리안 음바페 슈팅을 막고 있다. 스위스가 프랑스를 꺾고 8강에 진출했다. [AP=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국 프랑스가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유로2020 16강전 스위스에 져 #2018 월드컵 챔프, 이변 희생양 #스위스는 스페인과 8강전 격돌

프랑스는 29일(한국시각)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아레나 나치오날러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스위스와 전·후반 및 연장전까지 120분간 세 골씩 주고받았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는 4-5로 져 16강을 끝으로 중도 탈락했다. 프랑스가 월드컵이나 유럽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서 8강에 들지 못한 건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1년 만이다.

프랑스는 명실상부한 우승 후보 0순위였다.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 등 월드클래스 선수가 즐비하다. 직전 월드컵 우승으로 자신감도 드높았다. 스포츠 데이터 전문업체 스포츠 레이더의 시뮬레이션 결과 프랑스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았다. 스포츠 베팅업체 윌리엄힐도 프랑스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예상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도 프랑스를 주목했다. 조제 모리뉴 AS로마(이탈리아) 감독은 “프랑스는 대표팀을 A팀, B팀에  C팀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 음바페를 보유하고도 우승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우승을 제외한 모든 결과는 실패”라고 단언했다.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잉글랜드) 감독도 “프랑스에는 ‘우승 후보’라는 상투적인 수식어조차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프랑스를 주저앉힌 건 ‘11m짜리 러시안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였다. 12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모리뉴 감독이 ‘프랑스 우승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음바페가 탈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스위스는 키커 다섯 명이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반면, 프랑스는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음바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얀 좀머(묀헨글라트바흐)에 가로막혔다.

경기가 끝난 뒤 레전드부터 동료들까지 ‘음바페 감싸기’에 나섰다. 음바페는 소셜미디어에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자책의 글을 올렸다. 이에 ‘축구 황제’ 펠레가 “고개를 들어라, 내일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라”고 격려 댓글을 달았다. 프랑스대표팀 동료 위고 요리스(토트넘)도 인터뷰에서 “축구는 승리도 패배도 모두가 함께하는 스포츠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고 음바페를 위로했다.

프랑스가 아쉬움의 눈물 흘리는 사이, 승리한 스위스는 뜨거운 축제의 밤을 만끽했다. 스위스가 자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프랑스를 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8강 이상 진출한 것도 195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67년 만이다.

한편, 이날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스페인이 크로아티아를 5-3으로 꺾었다. 스위스는 다음 달 3일 8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또 한 번의 ‘거인 사냥’에 나선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