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의사들, 현실에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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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자문한 삼성서울병원 교수들. 왼쪽부터 오수영(산부인과), 양지혁(흉부외과), 이상훈(소아외과). 임현동 기자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자문한 삼성서울병원 교수들. 왼쪽부터 오수영(산부인과), 양지혁(흉부외과), 이상훈(소아외과). 임현동 기자

지난해 방영돼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이 지난 17일부터 시즌 2를 시작했다. 의학 드라마의 외피를 썼지만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현실감있게 그린 게 ‘슬의생’ 인기 비결이라는 평가다.

드라마 실제 모델 삼성서울병원 3인
“밴드 연주만 빼고 우리와 똑같아
채송화와는 목디스크까지 닮아
병원서 정 들어 의사 커플도 많아”

특히 극중 등장인물인 김준완(정경호), 채송화(전미도), 안정원(유연석)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재가공됐다. 3인의 모델이 된 양지혁(흉부외과), 오수영(산부인과), 이상훈(소아외과)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병원 본관에서 만났다.

드라마를 본 소감을 묻자 세 교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지혁 교수는 “(미디어에서) 의사가 권력의 화신처럼 그려질 때가 있는데 대부분은 ‘환자가 무사한 게 내가 무사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하루를 잘 넘기려는 일반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교수는 “의사가 겪는 고충,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아픔과 기쁨 등 평상시의 모습이 충분히 반영돼 반가웠다”며 “의대 동기 40명 중 10명이 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밴드 연주하는 것 빼고 우리와 똑같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사진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 [사진 tvN]

사진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 [사진 tvN]

극 중 인물과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이 교수는 “주변에서 안정원 선생이 외래 볼 때 하는 말투 등이 ‘너랑 똑같다’고 하더라. (배우들이 병원) 참관 때 환자 대하는 모습을 많이 관찰해서인 듯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준완이 연기하는 게 딱 흉부외과답다. 환자한테 정은 많으나 말이 짧고 뭔가 결정할 때는 빠르고 단호하다”고 말했다. 오수영 교수는 “극 중 채송화는 화도 한번 안 내고 아주 훌륭한 교수인데, (나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신체적으로 닮은 두 가지가 있다. 신발 사이즈(225)와 목 디스크”라고 했다. 시즌 1 때 없던 목 디스크가 최근 생겼다고 했다. 옆에서 양 교수가 “네가 싱크로를 맞췄구나”라며 웃었다.

두 교수는 89학번 동기로 같은 의대, 같은 반 출신이다. ‘슬의생 99즈’의 진짜 케미가 두 교수에서 나왔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친근해 보였다. 양 교수는 “가나다순으로 반을 정하다 보니 오 교수와 같은 반이었다. 6년간 붙어 다녔다”고 말했다. 이상훈 교수는 두 교수보다 한참 후배인 97학번이다.

드라마 곳곳에 실제 에피소드가 녹아 있다고 한다. 실밥을 뽑아야 하는데 힘들어하는 어린 환자에 쩔쩔매면서도 속상해하는 엄마를 도리어 위로하거나, 아이에게 붙여줄 뽀로로 밴드를 직접 고르는 모습, “몇 살까지 살 수 있냐”고 묻는 어린 환자에게 “선생님보다는 오래오래 살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다.

극 중 러브라인도 판타지만은 아니라고 한다. 양 교수는 “교수와 전공의 간 연애가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다. 알려지면 파장이 커 굉장히 조심하지만, 병원마다 한두 사례씩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상훈, 오수영 교수도 각자 동료 의사와 결혼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니 정이 든다. 연애하고 결혼하는 의사 커플이 많다. 나도 2년 후배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미묘한 관계의 채송화-이익준(조정석) 커플처럼 동기와 연애해 결혼했다. 양 교수는 “송화-익준 커플이 잘될 것 같냐고 (주변에서) 자꾸 묻는데, 나도 모른다. 의학 관련된 부분만 잘라서 대본이 온다”며 웃었다.

슬의생에서 의사들은 퇴근 후 취미로 밴드를 한다. 현실에선 일 끝나고 주로 가정생활에 충실한 3인이지만, 오 교수는 틈틈이 집 앞 카페에서 글을 쓴다고 한다. 지난해엔 책(『태어나줘서 고마워』)도 냈다. 드라마 제작팀은 3인 교수 이름으로 병원에 6900여만원을 기부했다. 양 교수는 “의학을 배울 때 ‘환자가 의사의 스승’이란 얘기를 듣는데, 백번 공감한다”고 했다. 기부금은 간이식을 받을 어린이 환자에 쓰일 예정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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