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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의 보수본색..예상보다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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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민약탈' 비판..반감 담긴 표현 사용해 #보수가 강조해온 '자유' 23번 언급..보수우파 의심 불식시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21.6.29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기자회견을 한 뒤,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21.6.29 오종택 기자

1.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출마선언을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예상보다 강한 보수색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기자회견에서 그럴만한 맥락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윤석열이 던진 정치적 메시지는 3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2.가장 강렬한 인상은..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입니다. 표현의 수위가 아슬아슬할 정도입니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습니다.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합니다.’

3.두번째로, 대권에 대한 비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회견장소를 윤봉길기념관으로 잡은 것부터..독립투사의 비장함을 차용했습니다. 재집권을 막는 것이 독립운동처럼 ‘목숨 바쳐 나라 구하는 일’이란 메시지죠.
‘국민들께서..끊임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법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더 이상 집권을 연장하여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정권을 교체하는데 헌신하고 앞장서라는 뜻이었습니다..저, 윤석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습니다.. 정권교체라는 국민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4.셋째, 집권을 위한 전략으로 확실한 보수색을 보였습니다. 선언문의 시작이 ‘안보’입니다.
‘천안함 청년 전준영은 분노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을 만들고 지킨 영웅들입니다. 저 윤석열은 그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합니다.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위한 것이고..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입니다..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5.보수진영이 애지중지하는 정치이데올로기는 당연히 ‘자유민주주의’입니다. 보수우파는‘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 혹은 ‘파시즘(독재)’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윤석열은 연설문에서‘자유’란 단어을 가장 많이, 23번이나 언급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길게 설명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도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6.이런 보수색에 맞춰서 다른 현안들도 정리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국민의힘이 기본적으로 자유라는 가치, 민주주의는 자유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다..정치철학면에서 저와 생각 같이하고..(입당여부는 밝히지 않음)

-전직대통령 사면에 대해..연세도 있고,또 여자 분이..장기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저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습니다.(박근혜 사면은 찬성한다는 취지)

-한일관계에 대해..이념편향적 죽창가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과거사는 역사 기억하기위해 진상 명확히 해야하지만 미래는 자라날 세대 위해 실용적으로 협력해야될 그런 관계라 생각합니다.

7.이처럼 강한 보수색을 보인 건..아무래도 보수지지자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위한 것이겠죠.
그동안 윤석열의 보수성향을 의심해온 사람들, 박근혜를 구속시킨 장본인이라는 반감을 가진 TK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되면 확실한 보수후보 대안으로 주목받아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입당이 당겨질 수 있습니다.

8.정치사적으로 보자면 내년 대선은 진짜 이념전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의 경우 탄핵바람에 별 논쟁도 없이 당선됐습니다. 박근혜의 경우 보수극우면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라는 분칠로 이념을 감추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 대선도 이념적 이슈는 부차적이었습니다.

대선에서의 이데올로기 논쟁이 정치발전을 가져오기보다 정치양극화를 심화시킬까 벌써 걱정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