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혼란'이라는 평가원, '몰라서 혼란'이라는 현장…선택과목 유불리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7:25

지난 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내놓으며 선택과목별 정보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평가원은 공개할 경우의 혼란이 더 크다는 입장이지만, 학교와 입시업체에서는 시험이 어려웠던 데다 정보도 부족해 혼란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6월 모의 어려웠다" 한목소리…"고교 범위 넘는다" 주장도 

학생에게 개별 성적표가 전달되기 하루 전인 29일 평가원은 3일에 치러진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일제히 분석을 내놓은 입시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진학사와 종로학원은 "매우 어려웠다"고 평했다. 특히 "국어는 2019년 수능 다음으로, 수학은 2020학년도 수능 수학 나형과 2021학년도 수학 나형에 이어 어려웠다"는 게 종로학원의 분석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모의평가 수학 영역 공통과목 3문항과 선택과목인 미적분 3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고교 과정에서는 최대 4차방정식까지만 다루는데 9차방정식을 다룬 문항이 있었으며, 대학 미적분학에서 학습할 내용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반면 평가원은 "문항을 출제할 때 교육과정 적합성 여부를 철저하게 따져 이상이 없는 때에만 문항으로 성립된다"며 고교 과정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문·이과 사이의 벽을 넘은 학생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수학에선 확률과통계 사회탐구 두 과목' 또는 '수학에선 미적분 과학탐구 두 과목'으로 갈리지만, 다른 조합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 박도영 평가원 수능기획분석실장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동시에 선택하는 학생이 2.5% 정도로 적지 않았다"고 했다. 진학사는 "사회탐구 응시자 중 5%의 학생이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과 불리' 논란 큰데…평가원 "선택과목 정보 비공개가 바람직"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3일 오전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3일 오전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 뉴스1

하지만 학생 선택권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유불리 논란이 일고 있다. 가·나형으로 문·이과가 시험도 따로, 채점도 따로 하던 지난해와 달리 공통과목에서 함께 경쟁하고 따로 치르는 선택과목은 상대적 난도에 따라 표준점수를 보정한다. 때문에 "확률과 통계를 응시하는 학생들이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대성학력개발연구소)"이라거나 "정시 문·이과 교차지원에서 문과생이 불리해진다(종로학원)"는 예상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3월 서울시교육청 모의고사 결과 발표 때부터 선택과목별 표준점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평가원은 지난 21일 "선택과목별 표준편차나 평균, 등급 내 선택과목별 분포 인원 등 세부사항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날 "검토 결과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9월 모의평가 결과 등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택과목별 점수를 공개하게 되면 학생들은 전략적이고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몰려다닐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점수 체제가 더 혼란스러워져 학생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김동영 수능본부장은)"는 이유에서다.

학교 현장에선 "정보 부족해 진학 상담 더 어려워" 

하지만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상담을 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선택과목별 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장 선생님들 사이에선 자료 공개했으면 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는 건 평가원에서도 인정한 바다. 배영준 보성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선택과목에 따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교사들이 추론해서 지도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혼란이 크다"며 "예측 불가능한 시험이 되면 깜깜히 전형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에서 수능수학선택과목 연구팀장을 맡은 백상민 문명고 교사는 "학생 입장에서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서 어느 정도 원점수를 올렸을 때 표준점수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계산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중 어디에 더 시간 투자를 해야 할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려면 어느 과목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하는데 선택과목에 따른 정보를 주지 않으니 진학 지도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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