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 가지 말라" vs "투표하라" 주민소환투표 앞둔 과천시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7:21

과천 주민들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 주민센터에서 김종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본 투표는 30일에 진행된다. 뉴스1

과천 주민들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시 부림동 주민센터에서 김종천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본 투표는 30일에 진행된다. 뉴스1

“시장이 시민의 대표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장에 가지 말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종천 경기 과천시장이 지난 28일 SNS에 올린 글이다. 30일 예정된 과천시장 주민소환 투표장에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다. 주민소환투표는 전체 투표인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개표 결과 찬성이 과반이면 시장직을 상실하는 제도다.

김 시장은 “소환투표장에 가지 말아주시라는 말에 왜 주민의 권리행사를 막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야말로 확실한 시장에 대한 지지의 의사표시가 된다”고도 했다.

반면,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추진하는 단체는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등 번화가엔 ‘과천 호구의 역사! 주민소환으로 끊자’ ‘더는 속지 말자!’ 등의 문구가 적힌 유세 차량이 오갔다. 김동진 주민소환추진위원장은 “SNS와 문자 메시지, 유세 차량 등을 동원해 선거 운동이 가능한 이 날 오후 9시까지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택 정책 이후 주민소환투표 발의돼

과천시장 주민소환투표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공급 정책’ 이후 추진됐다.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일대에 주택 4000호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과천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과천시도 반대 의사를 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당 출신인 김 시장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민소환 운동을 벌였다. 지난 8일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면서 김 시장은 다음날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김종천 과천시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공터에서 주민소환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미래자족도시의 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시민들께서는 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뉴스1

김종천 과천시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공터에서 주민소환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미래자족도시의 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시민들께서는 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뉴스1

과천시는 주민 반발을 이유로 청사 유휴부지가 아닌 대체 부지에 주택을 지을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 4일 청사 유휴부지 개발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주민소환추진위원회는 “과천시에 대한 어떤 주택공급 계획도 수용하기 어렵다”며 주민소환 운동을 계속 추진했다. 김 위원장은 “과천시가 대체 부지로 제안한 곳도 자족시설 용지”라며 “지역 발전을 위한 자족시설이 아닌 베드타운을 만드는 주택 유치에만 급급한 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본 투표 앞두고 엇갈리는 민심 

지난 25~26일 실시된 주민소환 사전 투표율은 12.53%를 기록했다. 개표가 가능하게 하려면 전체 투표인의 3분의 1(33.33%) 이상인 1만 9096명 이상이 투표해야 한다.

지난 1월 '김종천 과천시장 주민소환 추진위원회'는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김종천 과천시장 주민소환 추진위원회'는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모(65)씨는 “도심지 사람들이 집값을 올리려고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주택정책을 시장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민소환에 반대했다.

과천시에선 지난 2011년 11월에도 보금자리지구 지정 수용 등으로 인해 여인국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됐었다. 당시 개표기준(33.3%)에 못 미친 투표율 17.8%로 소환이 무산됐다.

올해만 경기지역에서 단체장 5명 소환 추진

과천시뿐만이 아니라 올해 들어 경기 지역에서 5명의 단체장이 소환대상이 됐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남양주·구리·포천시 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화장장에 대한 반대여론으로, 이재준 고양시장은 측근의 1조 원대 건설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여 주민소환이 추진됐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한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엄태준 이천시장은 화장시설 건립 반대 문제가 원인이 됐다. 과천시 외에 다른 지역은 청구 단체가 서명인 수 부족 등을 이유로 입장을 철회하면서 모두 종료됐다.

2007년 주민소환제가 도입된 이후 전국에서 10명의 기초·광역 단체장과 시의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됐다. 실제 개표로 이어진 것은 2007년 12월 화장장 건립 문제로 추진된 하남시 주민소환투표 사례가 유일하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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