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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역대급 추경에 '나랏빚 1000조'…'재정주도성장'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9일 당정협의를 갖고 33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정예산 3조원을 더해 총 36조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세출 증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이다. 정부는 국채를 더 발행하는 대신 늘어난 세수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그대로 둔 채 추진하는 ‘재정주도성장’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 중독이 선을 넘었다는 쪽에선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점을 우려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 626조9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846조90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만에 35.1% 늘었다. 앞서 지난 3월 14조9000억원 규모 추경을 반영하면 연말까지 국가 채무가 965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옥동석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하반기 경제 여건에 따라 추경을 더 편성할 경우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가 올해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까스로 만든 ‘재정준칙’마저 공수표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재정준칙은 과도한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가 나오자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로 하고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이다.

올 2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61.7%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전망이 지난해 3차 추경까지 진행했을 때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란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편성한 두 차례 추경까지 포함한 채무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여당은 추경 편성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 일부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채무비율 기준을 높이거나 예외조항을 두는 식이라면 아직 시행조차 하지 않은 재정준칙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더 풀자는 쪽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마이너스 성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특히 국가부채 비율이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만큼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9.2%인 데다 일본은 200% 이상이고 프랑스(123%), 영국(112%), 미국(107%) 등도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추가 재정 지출 규모를 분석했더니 미국(16.7%)과 일본(15.6%), 독일(11.03%), 프랑스(7.7%), 중국(4.7%)과 비교해 4차례 추경까지 편성한 한국은 3.4%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과감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선진국과 국내 상황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유례없는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 지출을 고려할 때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옥동석 교수는 “미국ㆍ일본이나 EU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데다 갓 중진국에서 벗어난 한국의 재정 상황을 선진국과 직접 비교해 괜찮다고 진단해선 안 된다”며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면 증세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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