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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에 웃던 'K관광'…델타 변이 확산에 고개 떨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인천공항 입국장. 연합뉴스

29일 인천공항 입국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며 바닥을 치고 업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관광업계가 인도형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에 다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주요 항공사와 여행사의 주가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다시 인력 감축을 시작한 곳도 있다.

관광업계의 의견을 모으는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는 29일 회의를 열고 정부의 지원 연장을 호소했다. 우기홍(대한항공 사장)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상복귀에 대한 희망은 커지고 있지만 관광업계는 아직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많지 않은 관광업계에 정부의 적극적이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하나투어·조선호텔앤리조트·호텔롯데·한진관광 대표 등이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항공·여행업계의 가장 큰 고충은 해외 관광 입·출국자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 발표자로 나온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국가별 백신접종률 편차,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글로벌 여행객의 발길은 여전히 끊겨 있어 여행업의 회복 신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2023년이 지나야 완전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주가 다시 하락세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0%에 이르던 호텔 예약률이 지난달 -30% 수준까지 회복된 건 긍정적 신호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김 실장은 “해외 여행에 대한 갈증을 국내에서 풀고 있어서 회복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분석해 약해진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열린 대한상의 관광산업위원회의. 연합뉴스

29일 열린 대한상의 관광산업위원회의. 연합뉴스

코로나19 초기 확산 시점인 지난해 3월 기준 3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하나투어 주가는 올해 백신 보급 등의 기대감으로 9만1000원(이번달 10일)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된다는 소식에 해외 여행 활성화가 지연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다시 떨어져 29일엔 이보다 13.6% 낮은 7만8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번달 10일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내에서도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발표한 날이다. 대한항공 주가도 10일 3만3900원이었다가 29일엔 3만1500원으로 이 기간 7.1% 내렸다.

여행업계 2위로 평가받는 모두투어는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근무한 기간에 따라 최대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매출이 81.6% 줄었던 모두투어는 올해 백신 보급에 따른 업황 회복을 기대했지만, 델타 변이 확산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모두투어 측은 “회사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점을 노조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해줬다”고 설명했다.

여행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집회. 뉴스1

여행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집회. 뉴스1

업계 "트래블 버블 확대를"

이에 관광업계는 단체관광에 대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예외,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1년 이상 연장, 호텔업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방역조치가 우수한 국가들 간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적용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옥 한국항공협회 본부장은 “현재 정부는 단체 여행에 대해서만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고 있는데, 해외여행자 70~85%는 개별 여행객”이라며 “동선 확인앱 등을 활용해 방역 안전이 확보된다면 트래블 버블을 개별 여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엔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정부 측 인사로 나왔다. 김 차관은 “조금씩 긴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며 “우리도 트래블 버블 협의를 진행 중이고, 환경 변화를 고려한 관광 정책을 모색해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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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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