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0.00005% 인연···백혈병 환자에 조혈모세포 내준 간호사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6:40

업데이트 2021.06.29 16:46

대전 을지대병원 20대 간호사가 난치성 혈액질환을 앓는 생면부지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대전 을지대병원 전희주 간호사

조혈모세포 기증한 대전 을지대병원 전희주 간호사. 사진 을지대병원

조혈모세포 기증한 대전 을지대병원 전희주 간호사. 사진 을지대병원

29일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전희주(26) 간호사는 최근 60대 백혈병 환자를 위해 자신의 말초 조혈모세포를 내줬다.

전 간호사는 간호대학 신입생이었던 2014년 백혈병 환자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접하고 주저 없이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그간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환자를 만나지 못했다. 혈연관계가 아니면 환자와 기증자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은 0.00005%에 불과해서다.

또 조혈모세포 기증등록을 했더라도 기증과정이 번거롭고 가족의 반대, 회사 업무의 차질 등 이유로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도 많다.

그러던 중 전 간호사는 지난 4월 조혈모세포 은행으로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와 유전자형이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혈모세포는 ‘어머니세포’라는 뜻으로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다. 백혈병·악성림프종·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성에 속하는 혈액질환은 사망률이 높은데, 건강한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직장동료의 아들에게 간이식을 해주시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며 "기증 서약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내 선택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동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정밀 유전자 검사와 건강 검진 등 까다로운 기증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근무 일정도 조정해 줬다. 정혜정 내과계중환자실 파트장은 “전 간호사는 평소에도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기증 나흘 전부터 백혈구 성장 촉진제를 맞은 전 간호사는 무사히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뒤 지난 8일 퇴원했다.

전 간호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적지 않은 환자가 막연히 기약 없는 도움을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는데, 많은 분이 기증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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