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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싸도 '구관이 명관'?…4세대 실손보험 갈아탈까 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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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새 상품인 4세대 실손보험이 다음 달 1일부터 출시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많이 타간 사람에게는 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의 보험료는 할인해준다.

4세대 실손보험이 올해 7월 1일 출시된다. 셔터스톡

4세대 실손보험이 올해 7월 1일 출시된다. 셔터스톡

금융위원회는 29일 15개 보험회사(손해보험사 10개, 생명보험사 5개)가 4세대 실손보험을 다음 달 1일부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진료로 나가는 보험금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의 포괄적 보장구조(급여+비급여)를 급여와 비급여로 나누고,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다.

7월부터 신규 가입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4세대 실손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 가입자는 기존 보험 유지와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기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

금융위는 “4세대 상품의 경우 기존 상품대비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며 “기존 상품과 4세대 상품의 보장 내용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건강상태, 의료이용 성향 등을 고려해 전환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보장 종목 확대 등 일부 경우가 아니면 별도의 심사 없이 보험 전환이 가능하게 하는 등 갈아타기 문턱을 낮춰놨다.

일반적으로 보험업계는 새 상품으로의 갈아타기를 만류하는 경우가 많다. 옛 상품일수록 보장 범위 등이 넓어서다. 다만 실손보험의 경우 설명이 조금 다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갱신주기마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구관이 명관'이라는 격언이 답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 상품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손의료보험 상품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실손 가입자는 유지가 유리하지만, 보험료 인상이 부담

우선 병원을 많이 이용하고,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으면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게 낫다. 특히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구(舊) 실손보험은 치료에 나가는 자기부담금이 없는 만큼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한다.

4세대 실손의 경우 자기부담률을 급여는 기존의 10~20%에서 20%로, 비급여는 기존의 20~30%에서 30%로 올렸다. 게다가 4세대 실손은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특약 보험료가 할인·할증된다. 지급한 보험금이 없으면 5% 안팎의 보험료 할인을 받지만,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보험료가 4배(할증률 300%)까지 오른다.

보험료 할증에 영향을 주는 비급여 진료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진료비→비급여진료비정보→기관별 현황정보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별로 격차 커, 도수치료의 경우 최저 5000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가격이 다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실손 보험 가입자는 병원 이용이 늘어날 시기이기 때문에 기존 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며 “다만 구실손의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병원을 적게 이용하고 소득이 줄고 있는 가입자는 갈아타기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4세대 실손의 경우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에 대한 보험금 지급 요건도 까다롭다. 도수치료는 연간 최대 치료 횟수(50회, 최대 350만원 한도)는 기존과 같지만, 10회마다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증상의 개선이 확인돼야 추가 치료가 가능하다.

영양공급과 피로회복을 목적으로 한 영양제나 비타민제에는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다. 예컨대 감기로 일명 '신데렐라 주사(약품명 : 지씨치옥트산주)'를 처방받는 경우 감기는 해당 약제의 효능·효과에 해당하지 않아 보장받을 수 없다.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할인·할증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할인·할증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암 보험 등 다른 보험 있으면 갈아타는 게 유리 

반대로 병원을 적게 이용한다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질환은 4세대 실손도 보장이 되는 데다 구실손을 제외한 나머지 실손도 자기부담금은 있다”며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의 진단비와 치료비를 암 보험 등 다른 보험으로 보장받고 있다면 갈아타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40세 남성 기준 4세대 실손보험의 평균 보험료는 1만1982원으로 기존 실손보다 보험료가 10~70% 저렴하다. 보험료 격차는 점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보험사는 기존의 실손보험료를 인상했다. 올해 구실손은 평균 17.5~19.6%, 표준화실손은 11.9~13.9%씩 보험료가 올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10%씩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구실손에 가입한 40세 남성의 월 보험료(2019년 기준)는 3만8237원에서 60세 25만7239원, 70세 66만7213원까지 오르게 된다.

한편 삼성과 한화·교보·흥국·NH농협을 제외한 생명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를 잇달아 포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이 실손보험 출시를 포기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올라가다 보니 자본력이 떨어지거나 규모의 경제로 사업비를 낮추기 어려운 중소형사의 시장 참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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