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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늘어도 사망자 줄면 괜찮다?…백신 믿고 거리두기 풀어도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내달 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방역 수칙 완화 시점을 결정할 때 우리나라보다 앞서 봉쇄 해제를 선언한 영국을 참고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유흥시설 입구에 다음달 1일부터 영업 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달 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방역 수칙 완화 시점을 결정할 때 우리나라보다 앞서 봉쇄 해제를 선언한 영국을 참고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유흥시설 입구에 다음달 1일부터 영업 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달 1일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앞서 봉쇄 해제를 선언한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은 우리보다 접종률이 훨씬 높은 상황서 봉쇄 해제를 선언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라 1단계 지역인 비수도권의 경우 내달 15일 2주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빼고는 일상 회복에 다가서게 된다. 1단계에서는 사적 모임 제한이 없고, 행사는 500인 이상인 경우 지자체에 사전 신고를 한 뒤 진행할 수 있다. 500인 이하 규모라면 집회도 가능하다.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제한 시간도 따로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영국은 한발 앞서 봉쇄 해제에 나섰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8일(현지시각) “우리는 7월 19일에 그것이 정말 종착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며,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선언했다. 영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지자 지난 6월 봉쇄해제를 결정했으나 최근 방역 상황이 급변하자 해제 시기를 오는 7월 19일로 미뤘다.

최근 영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일일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2월 2000명대 수준이던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22일~28일) 1만1481명→1만5882명→1만6702명→1만5296명→1만7943명→1만4623명→2만2868명 발생해 하루 평균 1만3836명꼴로 늘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영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일일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2월 2000명대 수준이던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22일~28일) 1만1481명→1만5882명→1만6702명→1만5296명→1만7943명→1만4623명→2만2868명 발생해 하루 평균 1만3836명꼴로 늘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사진은 코로나19 봉쇄령이 일부 완화된 후인 지난 4월 런던 소호 실외좌석에서 시민들이 음식과 차를 즐기는 모습. 제공 AFP

최근 영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일일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2월 2000명대 수준이던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22일~28일) 1만1481명→1만5882명→1만6702명→1만5296명→1만7943명→1만4623명→2만2868명 발생해 하루 평균 1만3836명꼴로 늘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사진은 코로나19 봉쇄령이 일부 완화된 후인 지난 4월 런던 소호 실외좌석에서 시민들이 음식과 차를 즐기는 모습. 제공 AFP

그런데도 봉쇄해제를 밀어붙인다. 영국 정부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사망률을 근거로 일상 회복을 더 미루지 않기로 했다. 26일 기준 영국의 백신 1차 접종인구는 4431만4799명으로 전체 인구의 66.5%를 차지한다.  접종 완료자는 3246만191명으로 인구의 48.7%다. 성인 인구만 놓고 보면 84.1%가 1차 접종을 했고 2회 접종자 비율도 61.6%에 달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를 제외하면 백신 맞을 사람은 대부분 맞았다는 얘기다.

글로벌 통계 웹 아워월드인데이터(OWD)에 따르면 영국은 총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비율(48.7%)은 이스라엘(60%)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도 적다. 매일 1만40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일주일간 사망자는 27명→19명→21명→18명→23명→11명→3명으로 하루 평균 17명 정도다. 존슨 총리는 "(특정)날짜가 아닌 데이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봉쇄를 완화해 확진자가 늘더라도 사망자가 그만큼 늘지 않으면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고 사회적 피해도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영국의 전략은 코로나19가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H1N1)처럼 계절독감화(化)할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도 대규모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전세계 방역 단계가 하향 조정됐다. 환자는 계속 발생했지만 사망자가 계절독감만큼 줄어들자 대유행 종료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9년 5월 이후 1년간 75만 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고 263명이 사망했다. 당시엔 특히 어린이, 임산부 등이 사망하면서 국민들의 공포감이 커졌으나 백신 등장하고 후 효과적인 치료제(타미플루)까지 나오며 계절 독감의 하나로 여기게 됐다. 이듬해 신종플루 치사율이 0.06% 수준으로 낮아지자 일일 확진자 규모도 계산하지 않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수도권은 2단계, 그 밖의 지역은 1단계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그동안 문을 닫았던 유흥시설이 영업을 할 수 있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은 현재 밤 10시에서 12시로 2시간 늘어난다. 친구, 지인, 직장 동료와의 만남은 첫 2주간(7.1~14)은 6명까지, 그 이후에는 8명으로 확대된다. 28일 오후 서울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수도권은 2단계, 그 밖의 지역은 1단계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그동안 문을 닫았던 유흥시설이 영업을 할 수 있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시간은 현재 밤 10시에서 12시로 2시간 늘어난다. 친구, 지인, 직장 동료와의 만남은 첫 2주간(7.1~14)은 6명까지, 그 이후에는 8명으로 확대된다. 28일 오후 서울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완화 결정을 놓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변이 바이러스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의 규모가 커지면 사망자와 중증환자 비율은 비례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확진자의 증상이 악화해 중증환자가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건 2~3주간 시차가 있는 만큼 현재 확진자만을 두고 안심하는 건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영국의 경우 2차 접종 완료자의 비율이 5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0% 수준이다. 반대로 말하면 90%는 델타 바이러스 등 변이에 취약하다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4% 수준으로 낮아졌다. 백신 접종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해외는 0.1~0.2%까지도 내려갔다. 영국의 경우 1만5000명 확진자가 나와도 사망자가 10명대다”며 “이는 독감 사망률과 비슷한 수준인데 독감으로 나라를 폐쇄하지는 않는다. 확진자가 증가해도 치사율과 위중증 환자 비율이 낮다면 봉쇄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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