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뒤탈없다" "준강간 고"···성희롱 단톡방 경찰들 중징계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5:16

업데이트 2021.06.29 15:46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여경이 뒤탈 없다”며 동료 여경을 대상으로 성희롱적 발언을 주고받은 남성 경찰관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같이 근무하는 여성 경찰관의 실명과 함께 신체 특정 부위를 언급하거나 준강간 등 성범죄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카카오톡 접속 화면. 연합뉴스

카카오톡 접속 화면. 연합뉴스

단톡방 희롱…해임·강등·정직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단체대화방에서 성희롱을 반복한 A경위와 B경사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단체대화방에는 속해있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1대1 대화로 성희롱을 한 의혹을 받던 C경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결정했다. 25일 A경위는 해임, B경사는 강등에 처해졌다. 같은 날 C경장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해임, 강등, 정직은 모두 경찰공무원 관련 규정상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중한 처분이다. 24일 열린 보통징계위원회엔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여경 언급에 수위도 높아

성희롱 피해 사실이 경찰청에 접수된 건 지난달 4일이다. 이후에도 피해자는 1주일간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과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해야 했다. 본지 보도 이후 A경위 등은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성희롱 혐의에 대한 감찰이 이뤄졌다. 당시 경찰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 고 했다.

경찰은 A경위와 B경사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인 간 단체대화방에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대화의 수위가 높은 것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단순히 성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라 다수의 동료 여경 실명을 언급하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부적절 발언은 했기 때문이다. 또 준강간 등 형법상 범죄까지 대화에 등장한다.

"준강간 ㄱ", "여경 다 자볼까"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가 알려진 건 전직 경찰 이모(30)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다. 이씨는 지난 2018년 여성 경찰관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A경위, B경사와 이야기한 단체대화방과 C경장과의 대화 내용이 드러났다.

연합뉴스·뉴스1

연합뉴스·뉴스1

A경위는 2018년 당시 단체대화방에서 “OOO 엉덩이가 예쁘다. 한번 만져보고 싶다”며 같이 근무하는 여경을 언급했다. 또 “여경이 뒤탈이 없다”라거나 “그래서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다른 여성을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자 A경위는 “1대1로 만나냐. 준강간 ㄱ”라고 보내기도 했다. ‘ㄱ’은 ‘고(GO)’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B경사는 한 여성과 술을 마시기로 했다는 이씨에게 “술 먹여서 데려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C경장은 이씨와 개별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OOO부터 시작해서 OO(지구대 이름) 여경들 다 자볼까”라는 말을 했다. C경장이 근무하고 있던 지구대와 그곳의 여경 실명을 언급하면서다.

이번 중징계로 최근 논란이 된 태백경찰서 여성 경찰관에 대한 집단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강원경찰청 징계위원회가 가해자들에게 어떤 수위의 징계를 내릴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경찰 조직 내 성 비위로 인한 징계 건수는 42건으로, 2018년(27건)보다 56% 늘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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