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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변호사, 무릎꿇고 57번 사죄"···녹음 파일엔 "살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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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C서울 미드필더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FC서울 미드필더 기성용. 사진 프로축구연맹

축구선수 기성용(32) 측 법무법인 송상엽 변호사가 건강 문제로 사임한 가운데, 폭로자 측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가 "송 변호사가 나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죄한다는 말을 57차례 반복했다"고 밝혔다.

"떠난 사람의 건강 이용하지 말아 달라"

박 변호사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 변호사는 지난 17일 오후 2시경 나를 찾아와서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태도로 '제가 선을 넘었다. 용서해달라. 사죄한다'는 말을 무려 57차례 반복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송 변호사는 '자신이 피해자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해 주겠다'며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기까지 했다"면서 "그러다가 여론의 형성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다시금 추악한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사로는 어쩔 수 없이 17일 오후 2시에 있었던 송 변호사와의 대화 녹음을 공개한다. 이 대화 녹음에는 기성용 측 송 변호사의 비굴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나, 송 변호사에 의해 왜곡된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녹음 파일을 언론에 공개했다.

해당 녹음 파일에 따르면 기성용 측 송 변호사는 "아, 이게 무조건 이긴답시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선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는 정말로 사과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죄송하다. 저 좀 살려달라"고 했다.

이에 박 변호사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좀 당황스럽다. 제가 뭐 용서해드리고 이런 입장이 아니라서"라고 하자 송 변호사는 "제가 이 사건에서 사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은 이제라도 제발 추하기 짝이 없는 언론플레이를 멈추고 수사기관의 조사에나 성실히 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판결은 여론이 아닌 사법기관이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송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제가 건강이 안 좋다고 얘기했는데, 그걸 자꾸 사건이랑 연결시킨다. 제가 사임한 마당에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전화 받았다"며 "사건은 사건이고 건강은 건강인데, 떠난 사람의 건강은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미안하다며 사의" vs "당뇨 악화로 사임"

앞서 지난 17일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 변호인이 오늘 찾아와 사임하겠다고 밝혔다"며 "이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22일 송 변호사는 "최근 지병인 당뇨가 악화해 기성용 선수 측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박 변호사는 언론 플레이와 선동이 아니라 팩트와 근거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길 바란다. 기성용의 결백을 믿는다"라고 반박했다.

지난 2월 A씨와 B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2000년 1~6월 선배 선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기성용은 2월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했으며, 3월 A씨와 B씨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홍수민·이수정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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