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기막힌 단백질 함량 속임수, 멜라민 분유를 떠올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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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105) 

지구상에는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있을까. 물속, 공기속, 또는 동식물을 구성하는 물질은 무엇일까. 아직 모르는 것도 있지만 이미 수만 가지가 알려져 있다. 그럼 이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알아내는 방법은 재료에 섞여 있는 개별 성분을 서로 분리해 무게나 체적을 재는 물리적 방법과 해당 성분을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선별적으로 알아내는 정량(定量) 혹은 정성(定性)법이라는 게 있다. 정량은 종류와 양을 알아내는 것이고, 정성은 특정물질의 존재만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물질마다 측정방법이 따로 있을 만큼 그 방법은 다양하고 복잡해 일일이 설명이 불가능하다. 해서 대표적으로 식품 속 단백질의 함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예로 들어 그 복잡하고 허술한 내막을 들여다본다.

보통 식품에는 수만 가지 물질이 들어있지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이 5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이다. 이들의 양은 현재 기술로 대개 측정이 가능하다. 그 측정법에는 정확한 것도 있고 허술한 것도 있다. 특히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정량이 그렇다. 여타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은 단백질의 측정법에 대한 내막을 알아본다.

단백질 양을 알아내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으나 보통은 ‘켈달(Kjeldahl)법’이라는 걸 쓴다. 현재로선 식품에는 이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 시료 속 총 질소(N)량을 측정해 단백질량으로 환산하는 역산법이다. 모든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되어있고 그 속에 질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아래 그림1 참조〉. 아미노산 무게의 평균 16%를 질소가 차지한다.

측정법은 이렇다. 시료에 진한 황산을 첨가해 철저하게 분해한 다음 유리돼 나오는 질소량을 측정한다. 이 질소가 모두 단백질에서 유래됐다고 보고 이 수치에 ‘6.25’라는 단백계수를 곱해 계산한다. ‘6.25’는 16% 즉, 16분의 100에서 나왔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있다. 측정된 질소의 양이 모두 단백질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는 거, 혼존 하는 핵산이나 다른 질소함유화합물속의 질소가 측정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우에 따라 오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 측정 방법이 허술하다는 이유다.

우리는 일상에 단백질 함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루에 필요한 양은 소량이다. 어떤 식품에 단백질 함량만 높다 해서 반드시 좋은 식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진 pixabay]

우리는 일상에 단백질 함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루에 필요한 양은 소량이다. 어떤 식품에 단백질 함량만 높다 해서 반드시 좋은 식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진 pixabay]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뿐 아니라 다른 데 있다. 인위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 외부에서 단백질이 아닌 질소화합물을 시료에 첨가해 주면 그것이 마치 단백질인 것처럼 측정이 된다는 사실이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그 유명한 중국의 멜라민 파동이 이런 조작의 압권이다. 분유 먹은 중국 어린애가 죽은 사건 말이다. 당시 중국에서 수입한 관련 제품이 우리에게도 문제가 됐다.

내막은 이렇다. 우유 등 특정 식품에는 단백질 함량이 일정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기준치 이하가 되면 유통이 불가능하다. 이에 악덕 업자가 재주를 부렸다. 부당 이익을 취하기 위해 우유에 물을 타 양을 늘렸다는 것이다. 영악하게도 검사에 걸릴까 봐 이상한 질소 화합물을 첨가해 마치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는 거. 가히 천재적(?)이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우유 맛이 다소 밍밍해지겠지만 소비자는 그러려니 한다. 보통은 걸리지 않는다. 걸린 이유는 이렇다.

그는 교묘하게도 켈달법의 맹점을 이용했다. 단백질로 오인되는 물질을 첨가한 것이다. 이때 속일 수 있는 물질은 과연 뭘까. 무기물이건 유기물이건 관계는 없다. 조금만 첨가해도 속일 수 있는 물질이면 된다. 거기다 값싸고 분자 속 질소의 비율이 높은 물질이면 금상첨화. 또 냄새 없고 맛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이면 좋다. 그것이 바로 멜라민이었다. 그림의 분자구조처럼 저분자이면서도 질소가 6개나 들어있다. 질소 하나는 아미노산 하나로 오인되기 때문에 소량만 넣어도 단백질이 많은 것처럼 결과가 나온다. 기발한 재주(?) 아닌가.

그림1. [자료 이태호]

그림1. [자료 이태호]

이렇게 속여도 누가 제보하지 않거나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서는 농간을 알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다. 또 이런 우유로 분유를 만들지 않고 그냥 우유로만 유통했다면 탄로가 나지 않았을 거다. 문제는 이것으로 분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범인이 머리는 좋았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친것 같다. 멜라민이 그 정도 양으로는 인체에 해롭지 않지만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물질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게 실수(?)였다.

문제의 발단은 전적으로 우유(분유)에만 의존하는 유아에게 혈중 멜라민의 농도가 포화이상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더 이상 녹은 상태로 있을 수 없으니 모래 모양의 결정이 생겨 이게 혈액을 타고 신장의 세뇨관을 막아버렸다. 이로 인해 유아는 신장이 망가져 죽거나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서 만약 더 머리를 써 멜라민이 아닌 물에 더 잘 녹는 질소화합물을 썼다면 탄로가 나지 않았을 테다. 이런 종류의 질소화합물은 많다. 가장 흔한 것이 그림의 요소와 유안이다. 이들은 인체에 그렇게 유해하지도 않고 물에 엄청 잘 녹는다.

이상 어두운 내용이었다. 과거 우리에게도 식품으로 장난치는 업자가 많았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꼼수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오죽하면 자기공장에서 만든 식품은 제 자식에게는 먹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불법은 철퇴로 다스려야 한다. 지금도 되지도 않는 건강식품이 난무하고 거의 모든 식품이 만병통치로 통하는 세태가 됐다. 다 장난이고 꼼수다. 식품은 약이 아니다. 약리효과가 강한 식품은 퇴출의 대상이다.

오늘의 결론은 식품 속 단백질함량은 그렇게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는 거, 대충 그렇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일상에 단백질 함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루에 필요한 양은 소량이다. 어떤 식품에 단백질 함량만 높다 해서 반드시 좋은 식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지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은 단백질이 질 좋은 단백질로 칠 정도. 작금 우리의 식생활에 단백질의 결핍현상은 전무하다. 필수 아미노산 함량을 나타내는 수치를 ‘단백가(蛋白價)’라하고 소화흡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생물가(生物價)’라 해,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에 전혀 신경 쓸 그런 시대가 아니다. 환자이면 몰라도.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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