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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10%였는데, 윤석열은 20% 훌쩍…호남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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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다. 대선을 8개월여 남겨둔 현 시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하고는 지지율 선두 자리를 위협할 인사가 없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입당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에 그는 야권 대선 후보로 여겨진다. 최근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란 야권의 평가가 나온 게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런 윤석열 전 총장이지만 기존의 야권 주자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세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8일 공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광주·전북·전남에서 22.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30.8%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비교하면 열세지만 범보수 진영 후보로서는 상당한 지지세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오종택 기자

윤석열, 양자·다자 구도에서 호남 20%대 지지율

이러한 양상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가상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4일 공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각각 호남에서 28.2%와 53.2%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호남 지지율 20%’는 보수 진영 후보에게는 상당한 선전이다. 2012년 대선의 경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호남에서 10.5%를 득표했다. 민주화 이후 처음 치러진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호남에서 9.9%를 득표한 이래 10%는 마의 벽으로 통했는데 그걸 간신히 뚫은 것이었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충청과 호남을 방문하는 등 호남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가장 최근인 2017년 5월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호남에서 2.5%를 득표하는 데 그쳐 호남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앞에서 선거 포스터를 들고 선거 노래에 맞춰 흔들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앞에서 선거 포스터를 들고 선거 노래에 맞춰 흔들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그런 호남에서 윤 전 총장이 때로는 3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강윤 KSOI 소장은 “광주와 전북, 전남을 모두 합하면 일정 부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표본 크기”라며 “한두 주가 아니라 조사의 절반 가량에서 호남 지역 지지율이 20%대를 오르내리는 건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에게는 없던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전 총장이 기존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과는 조금은 다른 DNA를 갖고 있다고 호남 사람들이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호남 보수층이 윤 전 총장에게 쏠려 있는 데다가 여권의 호남 절대 강자가 없는 영향이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 만큼 윤 전 총장도 호남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공식 정치 선언을 하기도 전인 지난달 16일 5·18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는 메시지를 냈고, 조만간 광주를 찾아 5·18 묘역을 참배하고 5·18 당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김종배 전 의원도 만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모의 재판에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일이 회자된다.

호남 지지세 유지 위해 국민의힘 입당 주저 분석도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와 함께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호남에서의 지지율 유지를 꼽기도 한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28일 KBS 광주총국 ‘출발 무등의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서 얻었던 30% 정도의 득표율을 현실적인 목표치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된다면 대선 본선에서의 구도는 굉장히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계산일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호남에서 28.1%를 득표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현실적으로 끝까지 국민의힘과 거리를 둘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직접 입당이든 야권 후보 단일화든 결국에는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과연 윤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지가 관건이 된다.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린다.

배종찬 소장은 “결국 대선은 양자 구도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호남 여론은 어느 한 후보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윤 전 총장의 호남 지지율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호남, 결국 여권에 쏠릴 것” vs “윤석열 하기 나름”  

반면 현재 흐름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이준석 대표까지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이강윤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어떻게 소명할지가 중요하고 그 검증은 빨리 지나갈수록 좋을 것”이라며 “결국은 앞으로 윤 전 총장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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