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였던 박용진 법인세 인하론…이재명·이낙연 엇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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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로세무서에서 2020년분 연말정산 책자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종로세무서에서 2020년분 연말정산 책자를 점검하는 모습. 뉴스1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권 후보들이 들고 나온 법인세 인하론에 야권도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특히 경영계는 최근 디지털세·탄소세 등의 부담이 가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와 기업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도 법인세 인하 논쟁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8일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뒤 “우리 경제가 지금의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제 개편 및 세제지원 확대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감세 통해 기업 활력 추구”
이낙연·이광재도 지방기업엔 찬성
이준석 “여당 변화의 움직임” 호응
이재명·정세균은 세금 인하 반대

박용진, 법인세 인하 점화 

여권 대선 주자 후보 중 법인세 인하론을 가장 먼저 꺼낸건 박용진 의원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 의원은 “법인세와 소득세 동시 감세를 통해 기업 활력과 내수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감세로 인한 세수의 일시 감소는 경제성장과 시장의 확대를 통해 더 큰 세수 확보로 이어질 것이고 실업률의 감소와 경제 성장률 상승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가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감세가 단지 기업의 사내유보금으로 쌓이거나 최상층 임원들의 성과급으로 가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를 동시에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발언 이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돈을 걷어 누구에게 어떤 것을 나눠 주고 표에 호소할까에만 관심 갖던 민주당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고 호응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삼성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기업에 비판적 입장이던 박 의원이 법인세 인하론을 들고 나왔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치권의 큰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야권도 반응을 보인만큼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낙연·이광재도 부분 찬성

주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내 2위로 꼽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법인세 인하론에 대해 일부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일 경북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기업인들을 만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법인세 차등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도 지난 27일 대전시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카이스트(KAIST)와 충남대가 갖고 있는 땅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서 대학도시를 만들고 여기(대전)에 오는 기업들은 법인세 혜택을 대대적으로 줘서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하, 주요 차기 대선 주자 찬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법인세 인하, 주요 차기 대선 주자 찬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민주당내 모든 후보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강력한 반대론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3월 손경식 경총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인세 인하를 건의하자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이 와중에 또 챙기겠다고 한다”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이기적 주장”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오히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한 적이 있다. 정 전 총리는 2016년 국회의장 시절 법인세 과세표준의 1%에 해당하는 돈을 더 내도록 해 청년 취업 예산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청년세법’을 발의했다. 당시 사실상의 법인세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당 대표였던 2017년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 초(超) 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해 12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소득에 대한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료 OECD

자료 OECD

경영계, 신규 세제 부담도 호소

경영계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디지털세·탄소세 도입 움직임이 활발해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만큼 국내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법인세 개편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탄소세 등 신규 세금 적용) 대상 산업을 최소화하고, 자동차·가전 등 주력 산업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영계는 이달 초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국가별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합의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7이 나서서 막을 정도로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는 국제적으로 중상급에 해당한다"며 "주주와 직원이 가져갈 몫 중 일부가 법인세로 납부된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 독려 입장에서 효율적이냐 비효율적이냐의 관점으로 보면 법인세 인하론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각종 공제를 제외한 실효세율을 따졌을 땐 대기업도 20% 정도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법인세율 28%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비교한다면 한국 경영계의 법인세 인하 주장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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