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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m 속리산 15분만에 오른다…관광명소마다 '모노레일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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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케이블카·출렁다리 밀어낸 관광지 '감초' 

충북 보은군 갈목리에 조성한 모노레일. 속리산 능선 866m 구간을 15분 만에 오른다. 최종권 기자

충북 보은군 갈목리에 조성한 모노레일. 속리산 능선 866m 구간을 15분 만에 오른다. 최종권 기자

28일 충북 보은군 갈목리 솔향공원.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생긴 철로 위에 탑승용 차량 캐빈 2대(20인승)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30도 이상의 가파른 속리산 능선 866m 구간을 오르는 ‘속리산 모노레일’의 막바지 시험 운행이었다. 오는 30일 준공 예정인 모노레일은 보은군이 말티재 휴양관광지 조성 사업으로 88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분당 60m 속도로 탑승 15분 만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중간 승강장에는 매점과 카페, 정상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속리산 경관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객 늘리자"…산악 관광지 마다 유행

이미정 속리산휴양사업소 조성팀장은 “주변 레포츠시설인 스카이바이크와 짚라인, 솔향공원, 자생식물원 등과 말티재의 새로운 관광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정수(47)씨는 “모노레일을 타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소나무 숲을 뚫고 산을 오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관광명소 곳곳에 모노레일 붐이 일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출렁다리와 짚라인, 케이블카 조성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자치단체가 상대적으로 사업비가 저렴한 모노레일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무분별한 모노레일 설치에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주민이 반기를 든 지역도 있다.

“설치 비용↓ 수익성↑” 너도나도 조성

경남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대봉산 모노레일은 3.93㎞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사진 함양군]

경남 함양대봉산휴양밸리 대봉산 모노레일은 3.93㎞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다. [사진 함양군]

모노레일은 선로가 하나인 철도를 의미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모노레일 등 궤도운송업을 하는 업체는 지난 2월 기준 전국에 54개에 달한다. 민간업체가 사용수익허가 등을 받아 위탁 운영하거나, 자치단체 산하 관광공사가 설치·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 수려한 산악 경관을 배경으로 만든 관광용이 많다.

모노레일은 100억원 안팎의 사업비를 들여 단기간에 설치가 가능하고, 관광객들에게 보행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노레일 설치업체 관계자는 “케이블카는 설치장소가 제한적이고, 막대한 사업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용대비 수익이 높은 모노레일 설치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업계 측은 모노레일 설치비용이 케이블카에 비해 6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일에 전기선을 깔아 동력을 공급받는 방식에서 최근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한 친환경 전기 모노레일이 도입되고 있다.

경남 함양 대봉산에 3.93㎞…국내 최장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 [통영시]

통영 욕지도 모노레일. [통영시]

경남의 함양대봉산휴양밸리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형 모노레일이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대봉산 모노레일은 3.93㎞로 대봉산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운행한다. 순환형 모노레일 10대가 대봉산 정상(1228m)을 7분 간격으로 다닌다. 산 한 바퀴를 도는 데 65분이 걸리는 모노레일 개통 후휴양밸리는 찾는 관광객이 25% 이상 증가했다. 남영신 함양군 휴양밸리과 홍보담당은 “대봉산 휴양밸리 주말 방문객 1000여 명 중 500명이 모노레일과 짚라인을 탑승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엔 남해를 내려다보는 욕지도 모노레일이 있다. 통영시에서 뱃길로 32㎞ 떨어진 섬 욕지도에 2019년 117억원 들여 만든 시설이다. 총 2㎞ 길이의 모노레일을 타면 산 정상에서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경북 문경의 단산 모노레일은 백두대간의 화려한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왕복 3.6㎞ 구간으로 하부 탑승장에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정상까지 35분이 걸린다. 단산을 오르며 주변의 운달산, 성주봉, 백화산, 조령산 등을 볼 수 있다. 최고 경사는 42도에 이르며 상부 승강장에 내려 단산 정상까지 목재 데크 길을 따라 편하게 걸을 수도 있다. 김대연 문경관광진흥공단 대리는 “운행 구간에 꼬리진달래 자생지와 사슴, 멧돼지 등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주요 관광 모노레일

전국 주요 관광 모노레일

“보행 편의성” VS “환경훼손” 갈등도

단산 모노레일은 문경의 새로운 명물이다. 시속 3~4㎞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면 단산 정상부에 도착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와 문경읍을 내려볼 수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들녘을 볼 수 있는 가을 풍광이 어느 계절보다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단산 모노레일은 문경의 새로운 명물이다. 시속 3~4㎞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면 단산 정상부에 도착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와 문경읍을 내려볼 수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들녘을 볼 수 있는 가을 풍광이 어느 계절보다 압도적이다. [중앙포토]

충북 괴산군은 대표 관광지인 산막이옛길의 탐방로 위쪽 능선에 70억원을 들여 모노레일을 깔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전시는 보문산 전망대, 전남 장흥군은 우드랜드 편백숲, 전북 남원시는 남원관광지에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 중이다.

모노레일 설치를 놓고 갈등을 겪는 곳도 있다. 최근 대구 남구가 앞산에 1.9㎞ 길이의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모노레일이 앞산 탐방을 방해할 것”이라며 사업 폐기를 요구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모노레일을 설치하려는 구간은 대구에서는 매우 드문 ‘무장애 탐방로’로 모노레일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 구간”이라며 “선거를 의식해 각종 개발, 사업을 남발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유행 따라 만들면 반짝 효과만”

= 국내 최장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바다열차. [연합뉴스]

= 국내 최장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인 월미바다열차.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 들어서는 모노레일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 관광자원은 희소성이나 경제성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인데, 충분한 검토 없이 유행을 따라 비슷한 관광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관광객 수요에 맞는 채산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자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기존 관점에서 ‘보편적 관광권을 제공하자’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모노레일 설치가 붐을 이루고 있다”며 “경제성만 따지는 판박이식 관광시설은 반짝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모노레일이 꼭 필요한 위치에 조성될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은·대구=최종권·김정석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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