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문 정부는 진보 표방하며 기득권자로 득세한 진보귀족 정권"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00:34

업데이트 2021.06.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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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2019년 9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상 사람들이 온통 공정(公正)을 입에 올린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불공정이 그만큼 도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일 거다. 이번 주에 줄줄이 출마를 선언하는 대선 예비 주자들도 예외 없이 공정 화두를 던질 태세다. 30일 예비 후보로 등록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정과 성장을, 29일 출마 선언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다.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 보도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되찾아달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미 '공정'은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Zeitgeist )'이 돼버렸다.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촛불정권 비판 법조인이 보는 공정과 법치]
문 캠프 출신,조국 사태로 돌아서
"국민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 갈망
사법개혁 않고 검찰개혁 급조해
이재명·윤석열은 오월동주 처지"

 판사 출신 신평(65·연수원 13기) 변호사가 최근『공정 사회를 향하여』를 출간한 것도 이런 흐름과 닿아있다. 신 변호사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헌법학회장을 역임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많이 냈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 집회에 거의 매번 참여했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 위원장으로 활동한 친문 인사 출신이다. 2019년부터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지난해 12월엔 "촛불 시민혁명을 계승했다는 정부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자괴감을 토로하며 정부에 호된 비판을 가했다. 이때부터 '대깨문'으로 불리는 강성 친문 세력에 이른바 '좌표'가 찍혀 집중 공격을 받았다.
 1993년 '판사 재임명 탈락 1호'가 된 뒤 경북 경주에 낙향해 농사일과 변론을 병행하고 있다. 일시 상경한 신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진보·보수를 나누는 것은 허망하다"면서도 "엄밀하게 말하면 중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든 보수든 기득권 개혁이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진보를 표방하며 기득권자로 득세해온 '진보 귀족 정권'"이라 혹평했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에 참여했던 신평 변호사가 지난 24일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문재인 정부는 위선적이고 무능하면서 정치쇼에 의존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통령은 잘못된 국가 제도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에 참여했던 신평 변호사가 지난 24일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문재인 정부는 위선적이고 무능하면서 정치쇼에 의존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통령은 잘못된 국가 제도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세정 기자

 그가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였다. 1980년대 포항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주화운동의 핵심이었다. 당시 포항을 관할하던 대구지법 경주지원에서 형사 단독 판사로 일하던 신 변호사는 포항 지역 노동운동 사건이나 학생운동에 가담한 반체제 인사들을 석방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때 구속영장이 자주 청구된 '단골손님들'의 변호인이 문재인 변호사여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엄혹한 시절이라 문 변호사도 (영장 기각이 뜻대로 안 풀려) 쩔쩔맸는데 판사가 반체제 인사들을 계속 석방하니 나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신 변호사는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였던 '민주정책통합포럼'에도 참여했다. "대선 이후 포럼 상임위원들은 대부분 요직으로 갔다. 문 정부 초기에 내가 감사원장·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언론에 보도됐고, 2018년에는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으니 급히 서울로 올라오라'고 대법원의 전화를 받았다. 법원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청와대에서 오더가 온 거'라고 추측했다. 나를 천거한 사람은 아마 '문'(대통령)일 거다."
 하지만 청와대 추천설에 대해 윤건영 당시 국정상황실장은 부인했고 '신평 대법관'은 없던 일이 됐다. 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문 정부가 촛불 혁명 정신을 배반했다"고 비판했다. 조국 사태가 계기였다. 그는 2007년 노무현 정권 때 사법개혁이 진보 귀족들에 대한 하나의 전리품 역할을 하면서 국민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고 비판한 전력이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운동권 출신이 핵심을 차지한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이 제대로 거론되지 못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데 소수의 진보 귀족들이 자기 자식 위해 잇속을 챙겼다. 그것이 촛불 혁명의 결과라고 한다면 너무 허망한 것 아닌가. " 신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내로남불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위선적이고 무능하면서 정치 쇼에 의존했다.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도 지리멸렬한 무능 정권이라 종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지난 4년의 각종 실정을 비판하는 서적들이 임기말에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지난 4년의 각종 실정을 비판하는 서적들이 임기말에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집권 4년이 지나면서 최근 문재인 정부 비판서가 쏟아지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진중권·권경애 등),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김종혁),『문재인의 배신』(장길산), 『참 진보의 고발장』(김석우) 등이 나왔다. 조국 전 장관이『조국의 시간』을 출간한 직후 신 변호사가『공정사회를 향하여』를 냈다.
 "문 정부의 개혁이 잘못됐다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고 싶었고, 절망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서 책을 냈다. 다행히 4·7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새로운 정치의 토대를 마련했다. 만약 여당이 이겼다면 틀림없이 강성 친문 세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을 것이다."
 친위 쿠데타라는 낯선 단어가 놀라워 되물었다.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두 선두주자인 이재명과 윤석열을 제거하는 거다. 국민의 참정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한다는 점에서 민주정치를 부정하는 쿠데타 아닌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하나의 반란 행위다. 야당 압승으로 그 세력이 약해졌다가 이번에 '윤석열 X 파일'로 다시 나타난 거다. 어둠의 세력에 굴복하면 더는 민주주의의 희망이 사라진다. 윤석열 제거에 성공하면 나아가 이재명 제거에 나서지 않을까. 만신창이를 만들어 다시는 선거에 못 나오게 하는 거다. 그러면 강성 친문들이 자기들 구미에 맞는 후보자를 당선시켜 자기들 기득권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로 입장을 달리해도 이재명과 윤석열은 강성 친문이란 풍랑을 만난 오월동주( 吳越同舟) 처지다."
 신 변호사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사법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했는데 이 정부 들어 사법개혁은 전혀 안 하고 검찰개혁을 급조했다고 그는 인식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 수사를 계기로 권력 핵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들고나왔다. 특별한 원칙이나 철학을 갖고 진행된 게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공정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도외시했다. 경찰 권한을 비대화시키면서 검찰 수사권을 현저히 약화한 가짜 사법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화하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진보 사법부로 불린다. 그렇다면 지금 사법부는 독립적일까. "사법부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적·수단적 개념이다. 사법부 독립이 판사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 법관의 독립은 결국 판사의 기득권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누구의 지시도 간섭도 없이 우리 맘대로 하겠다는 거다. 그게 바로 '사법 독재'다."
 그는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법부 기득권이 핵심"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법의 독립과 사법의 책임이란 두 기둥 위에서 공정한 재판이란 집이 지어진다. 한국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갇혀 재판 독립만 주장하면 지고한 가치가 실현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사법의 독립이 아니라 공정한 재판이 실현되는 것이 궁극적인 것이다. 김명수 체제는 기존 사법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간에 "주류 세력을 교체하려 한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청와대에 이어 국회에서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가 벌어졌고 지자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민노총과 전교조가 노동계와 교육계를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주류교체가 완성됐다는 일각의 견해에 신 변호사는 입장을 달리했다. "대통령과 국회 권력이 모두 민주당 세력으로 바뀌었지만, 기득권 세력은 전체로 봐서 달라진 건 없다. 기득권 세력 일부가 교체됐지, 전체 구조는 변함이 없다. 자기 이익 추구를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토호세력이 경찰과 야합하면 통제할 방법이 없다. 이러려고 검찰개혁 했느냐고 국민이 몇 년 안에 들고일어날 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인 셈이다."
 이번 주는 '대선 슈퍼 위크'로 불린다. 여야 주요 후보 중에는 이재명·윤석열·최재형·홍준표·원희룡·추미애 등 법조인 출신이 이름을 내밀고 있다. 법조인 출신 두 대통령(노무현·문재인)에 이어 '세 번째 법조인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신 변호사는 "창의력이 발휘돼야 좋은 정치다. 하지만 피가 뚝뚝 흐르는 정치 투쟁이 날 것 그대로 우리 삶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안 된다.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번 주에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번 주에 잇따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최지혜 인턴기자가 취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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