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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일의 이코노믹스

인플레이션 압력 커지면서 금리 인상 불가피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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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리 인상에 더 다가선 Fed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수량과 가격’에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정책금리(기준금리)의 목표 범위를 0~0.25%로 유지했다. 지난 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서다. 시장의 관심은 통화정책 결정문과 함께 발표된 ‘경제전망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을 향했고, 이번 경제전망은 지난 3월에 비해 예상보다 많이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식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Fed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논쟁 #시기·규모에 대해 여전히 갑론을박 #노동시장 회복 여부가 결정적 요인 #8월 잭슨홀 연설에서 방향 잡힐 듯

어떤 변화가 이런 반응을 불러왔을까. 2007년부터 발표된 SEP에는 거시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성장률과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전망이 포함된다. 2012년부터는 FOMC가 정하는 정책금리가 여기에 추가됐다. 특히 FOMC 참가자 전원(현재는 18명)의 개인별 정책금리 전망이 별도의 점도표(dot plot)로 발표된다.

앤드류 레빈 교수와의 새벽 인터뷰

김진일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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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예정된 TV 인터뷰 준비를 위해 이날 오전 3시 FOMC 발표와 30분 후에 열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간담회를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 발표문과 더불어 공개된 SEP의 점도표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내후년인 2023년에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은 원화에 대한 미 달러 환율을 10원 이상 올릴 정도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물론 파월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됐으나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뷰 중 하나는 방송의 대부분을 영어로 송출하는 공영방송이었다. 인터뷰에서 미 다트머스대의 앤드류 레빈(Andrew Levin) 교수와 함께 출연했다. Fed 근무 당시 레빈 교수는 가장 교류가 많았던 이코노미스트 중의 한 명이자 직장 상사였다. 레빈 교수는 1992년부터 20년간 Fed에서 근무했다. 특히 2010~2012년 벤 버냉키 의장과 재닛 옐런 부의장을 위한 특별보좌관 임무를 수행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특별보좌관의 역할이 ‘통화정책 전략과 소통’에 관한 일이라고 나온다. 그는 점도표를 기획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전망요약(SEP)’에 시장 관심 집중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1996년 Fed에 취직할 때 처음 만난 이래로 레빈 교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역설한 그는 “3개월 전에 내가 주장했던 바를 연준이 이제 좇아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다트머스대로 이직한 이후 한국은행 등 여러 중앙은행의 자문활동을 했고, 다른 국내 기관과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FOMC 회의는 1년에 8번 열린다. 분기마다 두 번 열리는 셈이다. 매 분기의 후반부에 만나는 모임에서는 통화정책 결정문과 함께 SEP를 발표한다. 근래에는 FOMC 모임이 항상 이틀간 열리고 있지만, 과거에는 분기 전반의 모임에서는 하루에 모든 토론과 결정을 마무리했고 분기 후반에 만나는 모임만 1박 2일 열렸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SEP에 관한 추가적인 일처리였다. 이런 이유로 분기 전반부 모임을 ‘작은 미팅’, 후반부 모임을 ‘큰 미팅’이라고 부르는 관행이 생겼다. FOMC의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큰 미팅에서 결정되곤 했다.

2007년 SEP 도입 당시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박사가 FOMC 참가자들의 경제전망을 취합해서 금융시장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를 할 때 그가 받은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당시 필자를 포함한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추가적 업무 부담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장에서도 소통이 가져다줄 편익에 비해 혹시라도 혼란이 크지 않을까 걱정했다.

10여 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2000년대 중반, 금융위기가 닥치기 이전에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금융시장은 낙관론에 취해 있었다. 그러므로 경제학자와 시장 참여자 모두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자백’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버냉키 의장의 실험이 성공적이었는지 실패작인지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이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답안지 중의 하나는 틀림없이 2021년 올해의 미국 통화정책이 될 것이다.

점도표 통해 드러나는 금리 전망

이번 6월에는 (1명의 연준 이사가 공석인 관계로) FOMC 참가자 18명의 전망치가 SEP에 반영됐다. 언론에서 ‘6월의 전망이 좋아졌다 혹은 나빠졌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이 전망치들의 중앙값, 즉 18개의 전망치를 크기 순으로 배치했을 때 9번째와 10번째의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3월 FOMC 당시에 2021년의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중앙값)가 6.5%였는데 이번 6월에는 이보다 0.5%포인트 오른 7.0%로 상승했다. 이 변화는 지난 석 달 동안의 방역·백신·경제활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반영한다. 2021년 개인소비지출가격(PCE) 인플레이션은 3월의 2.4%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지만 1.0%포인트나 오른 3.4%의 전망치는 금융시장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금융시장이 더 큰 관심을 갖는 변수인 정책금리는 점도표라는 이름으로 2012년부터 전망치가 공표되기 시작했다. 경기와 물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데 반해, 정책금리는 Fed가 직접 목표 수준을 결정하고 이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의 정책금리는 금융시장의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2021~2023년 말 적정 정책금리 평가 수준

2021~2023년 말 적정 정책금리 평가 수준

올해 연말, 정책금리 수준은 18명 모두 현재의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전망〈그림〉했다. 내년인 2022년의 정책금리 수준을 전망하면서, 3월에는 3명이 한 번, 1명이 두 번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 숫자가 각각 5명과 2명으로 증가했다. 내년의 정책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인원이 3월에 비해 늘어나기는 했지만 내년 정책금리의 중앙값은 여전히 제로금리다. 이에 반해 2023년 연말의 정책금리 전망은 2022년 전망에 비해 더 많이 상승했다. 참가자 중 2명은 심지어 앞으로 2년간 6번의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2023년 정책금리의 중앙값은 2번의 인상을 의미했고, 이 소식이 미국과 한국의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Fed의 고민과 한국경제의 앞날

지난 20여년간 종종 그래왔듯이 Fed의 통화정책은 이번에도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FOMC 회의 이후 여러 연준 정책당국자의 엇갈리는 발언은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성 파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FOMC 이틀 후 세인트루이스 지역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상회했으므로 2023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년에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혀, 금융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반면에 같은 날 미니애폴리스 지역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므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한 2023년에도 정책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로 유지함으로써 미국인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ed가 갖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관한 고민은 한국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는 코로나19로 초래된 (경제에는 외생적인) 방역의 위기이며 이는 세계 모든 나라에 동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자금의 국제이동에 민감하고, 저금리와 관련된 대규모의 가계부채는 통화정책에 추가적인 제약을 제공한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고민은 지난 24일 이주열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 문답에서 잘 나타난다.

당분간 코로나19의 추이와 한·미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금융시장은 여러 번 출렁일 공산이 크다. 7월 중순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고, 하순에는 FOMC가 예정돼 있다. 더 중요한 이벤트로는 무더운 여름의 끄트머리인 8월 26일 오전 금통위 발표가 예정돼 있고, 이날 저녁에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Jackson Hole) 컨퍼런스 개막연설이 있다. 이날이 되면 두 나라 통화정책 긴축과정의 시간표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잭슨홀 컨퍼런스는 대면과 온라인 혼합으로 열린다고 한다. 올해도 온라인으로 참관해야겠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