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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검찰인사 호남편중..또하나의 내로남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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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서 검찰 직제개편안과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논의 결과가 25일 발표된 최대규모 호남편중 간부인사다.(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서 검찰 직제개편안과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논의 결과가 25일 발표된 최대규모 호남편중 간부인사다.(법무부 제공)

최대규모 '검찰 간부인사' 뜯어보니..요직에 몰린 호남편중 #민망하고 민감한 지역주의..개혁한다며 더 강화한 진보정권

1.문재인 정권 검찰인사는 주로 금요일에 발표됩니다. 최대규모 검찰인사라는 차장ㆍ부장급 검찰간부 인사발표도 25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주말엔 아무래도 뉴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뭔가 이슈로 부각되길 피하는 마음, 뭔가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일까요?

2.내놓고 얘기하기 참 민망한 대목은 지역편향입니다. 특정지역을 싸잡아 한쪽으로 매도할 수 있기에 문제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유의 지역주의와 온정주의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민감한 이슈의 경우 지역이란 변수를 빼고 얘기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이번 검찰인사를 두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물건너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수사를 지휘해온 부서장을 대부분 경질, 좌천시켰으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주요 보직에 호남인사를 집중배치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수사를 무력화하는데 그치지 않고..이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4.지난 6월 4일 검찰고위간부 인사와 25일 중간간부 인사를 합쳐보면 선명하게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검찰청은..대검찰청 외에 서울중앙지검, 서울에 있는 다른 지검(동부지검 남부지검 북부지검), 수도권 지검(수원지검) 지청(안양지청)입니다. 대부분 중요한 사건은 이들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발생합니다.

5.그 중에서도 중요한 보직은..특수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부’와 선거ㆍ공안사건을 담당하는 ‘공공수사부’입니다.‘반부패부’가 따로 없는 일선지검의 경우‘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일시적으로 특수수사를 맡는’ 형사말부(형사부가 5곳일 경우 형사5부)가 중요합니다. 나머지 형사부의 경우..경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하는 업무라 단순합니다.

6.구체적으로 보자면, 가장 상급조직인 대검찰청..김오수 청장(전남 영광) 문홍성 반부패부장(전북 군산)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전남 나주).
가장 막강한 조직인 서울중앙지검..공안수사를 지휘하는 진재선 3차장(전북 익산)이 호남입니다. 지검장은 박범계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서울). 반부패를 지휘하는 김태훈 4차장(충북 진천)은 추미애 장관 시절 윤석열 징계 실무를 맡았던 검찰과장.

7.여의도(국회+금융)를 담당하는 남부지검의 경우..심재철 지검장(전북 완주) 주요금융범죄를 전담하는 박성훈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장(광주광역시).

북부지검의 경우..배용원 지검장(전남 순천).

동부지검의 경우..특수수사를 대신하는 형사말부 최형원 형사6부장(광주).

과천청사를 담당하는 안양지청의 경우..형진휘 지청장(전북 전주) 형사말부 오기찬 형사3부장(전북부안).

8.지금까지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맡아온 곳에도 호남출신들이 꽂혔습니다.
월성원전1호기 수사를 맡아온 대전지검의 경우..형사말부 김영남 형사4부장(전북 고창).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수사를 맡아온 수원지검의 경우..신성식 지검장(전남 순천) .

9.결정적으로..이번 인사안을 만든 청와대 담당자들이 호남입니다.
김진국 민정수석(전남 보성) 이광철 민정비서관(전북 익산)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전남 보성. 부동산투기로 27일 사임). 인사 실무책임자나 마찬가지인 이광철 비서관은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출범 이후 지금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10.호남지역 출신이라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엔 영남편향이 고질병이었습니다.
문제는..영남편향을 비판하면서, 검찰개혁을 주창해온 진보정권의 지역편향이 더 심하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내로남불입니다. 다음 정권에선 반복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