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여러명이면 안되나"…'일처다부제法' 추진 남아공 발칵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20:22

업데이트 2021.06.28 23:16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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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일처다부제' 법제화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남아공은 이미 한 남성이 여러 명의 여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다. 일처다부제 법이 통과되면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여러 명의 남성과 결혼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일부다처제' 법은 시행중

28일 BBC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가 최근 '일처다부제 합법화'를 제안한 뒤 기독교 등 종교단체와 보수 진영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이미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만큼 성평등 차원에서 일처다부제도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 4월 녹서(Green Paper)를 통해 일처다부제 법제화 추진 입장을 밝혔다. 녹서는 여론 수렴을 위해 정부 견해를 담아 발표하는 문서다.

남아공 정부는 이번 문서에 일처다부제뿐만 아니라 무슬림(이슬람교도)과 힌두교도·유대교도·라스타파리아니즘 결혼 역시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혼인법 개정은 1994년 백인 소수 정권이 끝난 뒤 가장 파격적인 움직임이다.

하지만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일처다부제' 법제화에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야당인 아프리카 기독민주당(ACDP)의 대표인 케네스메스호에 목사는 "일처다부제가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남편이 (부인에게) '당신은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아닌 다른 남편과 보내고 있다'고 질투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두 남편 사이에선 갈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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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 누군지 어떻게 아나"

이슬람 알-자마 당의개니에프 헨드릭스 대표도 "아기가 태어났을 때 누가 아버지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아버지를 알기 위해 더 많은 DNA 검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리얼리티 TV쇼 출연자로, 4명의 아내를 두고 있는 기업인 무사 음셀레쿠는 "(아내가 4명인) 내 결혼 때문에 위선자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침묵하는 것보다는 얘기하겠다"며 "일처다부제는 아프리카 방식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바꿔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평등을 너무 지나치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일처다부제는 관례…기독교 탓에 축소"

하지만 종교학자인 콜리스 마초코 교수는 인근 국가인 케냐·콩고민주공화국·나이지리아 등에서 일처다부제 관례가 있었고, 현재도 가봉에서는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는 "기독교와 식민지화가 (아프리카에) 도착하면서 여성의 역할은 축소됐다. 더는 평등이 없다"며 "결혼은 계층을 나누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처다부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를 둘러싼 걱정 자체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아이에 대한 문제는 간단하다. 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집안의 아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로펌 '여성의법센터'도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견해에 도전한다고 해서 법 개정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을 가진 나라 중 한 곳이다. 현재 일부다처제는 물론 동성결혼도 허용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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