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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바람직하지 않다"…최재형 사퇴날 바로 면직안도 재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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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감사원을 떠났다. ‘미담 제조기’로 불렸다가 월성 1호기 감사 땐 여권으로부터 ‘배신자’ 공격을 받은 최 원장. 그는 이제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이 아닌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서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 원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오전 9시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출근에 앞서 아침에 비서실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데 대해서 국민과 임명권자, 그리고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 원장은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 행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언제 정치에 입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사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원장 측근들은 감사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최 원장 스스로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건 차차 말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국민 여러분의 기대”, “대한민국의 앞날”과 같은 표현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이라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최 원장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지 8시간 50분 만이다. 사의 표명 당일에 의원면직안까지 재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민정부 이후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스스로 중도사퇴를 한 것은 전대미문”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회창·김황식 전 감사원장이 중도사퇴를 하긴 했지만, 국무총리 지명에 따른 것이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최재형 감사원정은 출근길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뉴스1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최재형 감사원정은 출근길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뉴스1

최 원장은 의원면직안 재가 소식을 듣고 바로 감사원을 퇴근했다. 감사원 현관에 마중 나온 감사위원, 방호 직원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허리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을 떠날 때 취재진에게 아무런 말을 남기지 않고 검은색 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최 원장은 스스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한 만큼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정치적 기반이 없어 자신을 도울 조직을 꾸리는 등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바로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감사원장직을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숙고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측이 ‘버스 정시 출발론’을 앞세워 사실상 8월 중순을 경선 합류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최 원장 입장에서는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정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다음 달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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