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8일 대선 후보를 가리기 위한 경선 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9월 10일 대선 후보 선출까지 74일에 걸친 레이스의 막이 오른 것이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건 최문순 강원지사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한 뒤 최 지사는 “여야를 포함해 처음으로 20대 대선의 문을 여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첫 번째로 등록했다”며 “제가 가진 정책으로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선 버스 출발한 與…넘어야 할 ‘3無 고개’는
민주당 경선에는 모두 9명이 나설 전망이다. 29일엔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이광재·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가, 30일엔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이들 중 예비 경선(내달 9~11일)을 통과한 6명만 본경선에 진출한다. 국민여론조사결과 50%, 당원여론조사결과 50%를 반영해 7위부터 컷오프된다.
경선기획단(단장 강훈식)도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판 그리기에 돌입했다. 강훈식 단장은 이 자리에서 “혁신과 흥행, 이 두 가지가 당면 과제”라며 “유권자는 재미있고 후보자는 괴롭고 야권은 무서운 경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후보자에게 자신이 1등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제안하라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며 “당헌·당규를 바꾸지 않는 한도라면, 경선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안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2회로 계획된 TV 토론을 (최소) 4회 이상으로 늘리겠다”(이소영 대변인)는 첫 결정을 내렸다. 박용진 의원이 줄곧 주장하던 경선 방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민주당이 경선 기획 단계에서 ‘흥행’에 방점을 두는 건 반대로 흥행 요인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도, 이목을 끌 변수도, 경선 방식에 대한 흥미 요소도 야권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①긴장감 부족=당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란 말을 듣는 게 어렵지 않다. 지난해 8월 전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1위에 올라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장기 독주하면서 생긴 이런 분위기는 경선연기론의 불씨가 꺼진 뒤로 더 짙어지고 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1~2위 간 격차가 크고 뚜렷한 뉴페이스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②역동성 부족=눈길을 끌 만한 당 밖의 변수도 사실상 없다.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 표명과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 출마 선언으로 역동성이 커지고 있는 야권과 가장 대비되는 맥락이다. 최 원장의 공식 출마 선언,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야권엔 경선 구도를 출렁이게 할 대형 이벤트가 즐비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과의 합당 여부 및 시기, 안철수 대표의 거취 등도 여전히 야권의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입당을 기대하는 눈치도 있지만 김 전 부총리는 송영길 대표의 관심 표명에도 “그분 생각”이라며 거리를 둔 상태다.
③참신함 부족=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토론 배틀’ 흥행 등 쇄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의 분위기는 반대다.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탈당 권유를 받은 우상호 의원 등 4명이 아직 버티고 있고, 청와대의 25세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은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됐다. 거기에 양향자 의원 보좌진의 성 추문까지 터지는 등 돌발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당선 전 주로 2030 남성 유권자의 이목을 끌었던 이 대표는 당선 후 광주를 방문(14일)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김구 선생 묘역에 잇따라 참배하는 등 거침없는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후보의 수가 많다는 점 빼고는 민주당에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한 호재가 없다”(이준호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대표)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선 방식 바꾸자" 봇물…다시 긴장감
약세 주자들 사이에선 이미 경선 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최 지사는 이날 후보 등록 직후 “(민주당이)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경선 힘을 뺄 것 같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ㆍ미스트롯 등 오디션 방식을 도입하자는 게 최 지사의 주장이다.양승조 지사는 “3인 1조가 되어서 3~4번 정도 상대를 전부 다 바꿔가면서 토론하는 방식을 (기획단에) 제안했다”(27일)고 말했다. 일종의 토너먼트 방식의 토론 배틀을 벌이자는 이야기다.
경선 방식 변경 조짐에 이재명 지사 측은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강한 후보가 당에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1등을 오래한단 이유로 깎아내리려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경선 방식 변경을 통한 흥행 시도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미 특별당규에 경선 방식이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당규 변경 없는 경선 방식 조정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