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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돌입한 與…‘3無’ 경선 돌파 묘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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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28일 대선 후보를 가리기 위한 경선 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9월 10일 대선 후보 선출까지 74일에 걸친 레이스의 막이 오른 것이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건 최문순 강원지사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한 뒤 최 지사는 “여야를 포함해 처음으로 20대 대선의 문을 여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첫 번째로 등록했다”며 “제가 가진 정책으로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경선 버스 출발한 與…넘어야 할 ‘3無 고개’는

민주당 경선에는 모두 9명이 나설 전망이다. 29일엔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이광재·김두관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가, 30일엔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이들 중 예비 경선(내달 9~11일)을 통과한 6명만 본경선에 진출한다. 국민여론조사결과 50%, 당원여론조사결과 50%를 반영해 7위부터 컷오프된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대선경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8 오종택 기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기획단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대선경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8 오종택 기자

경선기획단(단장 강훈식)도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판 그리기에 돌입했다. 강훈식 단장은 이 자리에서 “혁신과 흥행, 이 두 가지가 당면 과제”라며 “유권자는 재미있고 후보자는 괴롭고 야권은 무서운 경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후보자에게 자신이 1등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제안하라고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요청한다”며 “당헌·당규를 바꾸지 않는 한도라면, 경선을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안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2회로 계획된 TV 토론을 (최소) 4회 이상으로 늘리겠다”(이소영 대변인)는 첫 결정을 내렸다. 박용진 의원이 줄곧 주장하던 경선 방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민주당이 경선 기획 단계에서 ‘흥행’에 방점을 두는 건 반대로 흥행 요인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도, 이목을 끌 변수도, 경선 방식에 대한 흥미 요소도 야권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①긴장감 부족=당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란 말을 듣는 게 어렵지 않다. 지난해 8월 전후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1위에 올라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장기 독주하면서 생긴 이런 분위기는 경선연기론의 불씨가 꺼진 뒤로 더 짙어지고 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1~2위 간 격차가 크고 뚜렷한 뉴페이스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②역동성 부족=눈길을 끌 만한 당 밖의 변수도 사실상 없다. 28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의 표명과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 출마 선언으로 역동성이 커지고 있는 야권과 가장 대비되는 맥락이다. 최 원장의 공식 출마 선언,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 등 야권엔 경선 구도를 출렁이게 할 대형 이벤트가 즐비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과의 합당 여부 및 시기, 안철수 대표의 거취 등도 여전히 야권의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일각에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입당을 기대하는 눈치도 있지만 김 전 부총리는 송영길 대표의 관심 표명에도 “그분 생각”이라며 거리를 둔 상태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감사원장 사퇴 등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③참신함 부족=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 당선 이후 ‘토론 배틀’ 흥행 등 쇄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권의 분위기는 반대다.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탈당 권유를 받은 우상호 의원 등 4명이 아직 버티고 있고, 청와대의 25세 박성민 청년비서관 임명은 오히려 논란의 대상이 됐다. 거기에 양향자 의원 보좌진의 성 추문까지 터지는 등 돌발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당선 전 주로 2030 남성 유권자의 이목을 끌었던 이 대표는 당선 후 광주를 방문(14일)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김구 선생 묘역에 잇따라 참배하는 등 거침없는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후보의 수가 많다는 점 빼고는 민주당에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한 호재가 없다”(이준호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대표)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 당선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 당선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경선 방식 바꾸자" 봇물…다시 긴장감
약세 주자들 사이에선 이미 경선 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최 지사는 이날 후보 등록 직후 “(민주당이)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경선 힘을 뺄 것 같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ㆍ미스트롯 등 오디션 방식을 도입하자는 게 최 지사의 주장이다.양승조 지사는 “3인 1조가 되어서 3~4번 정도 상대를 전부 다 바꿔가면서 토론하는 방식을 (기획단에) 제안했다”(27일)고 말했다. 일종의 토너먼트 방식의 토론 배틀을 벌이자는 이야기다.

경선 방식 변경 조짐에 이재명 지사 측은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재명계 중진 의원은 “강한 후보가 당에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1등을 오래한단 이유로 깎아내리려는 건 잘못된 처사”라고 말했다. 경선 방식 변경을 통한 흥행 시도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미 특별당규에 경선 방식이 세부적으로 규정돼 있다”며 “당규 변경 없는 경선 방식 조정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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