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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올림픽 앞두고 자리 비운 도쿄도지사…병원으로 도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도쿄(東京)도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건강을 이유로 일주일 가까이 자리를 비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로와 체력 약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휴가의 시점이 미묘해서다.

고이케 지사, 건강 이유로 일주일째 병가 #도쿄 코로나 상황 악화 속 결정권자 부재 #일본 총리 꿈꾸는 '고이케 극장' 주인공 #선거 앞두고 곤란한 상황 피했단 해석도

7월 4일에는 도쿄도의회 선거가 있고,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도쿄의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 정치적 계산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은 고이케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A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AP=연합뉴스]

28일 NHK 방송에 따르면 지난 22일 과로를 이유로 입원한 고이케 지사는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향후 며칠간 더 공무를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은 "수장 없이 올림픽 최종 준비를 진행해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직무 대행은 다라오 미쓰치카(多羅尾光睦) 도쿄도 부지사가 맡는다.

고이케 지사가 자리를 비운 일주일간 도쿄도의 코로나19는 뚜렷한 재확산세로 돌아섰다. 28일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17명으로 전주 월요일에 비해 81명 늘어났다. 9일 연속 일주일 전 같은 요일에 비해 증가했다. 확산세가 계속되면 일본 정부는 도쿄도에 다시 긴급사태를 선언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지사가 정부에 발령을 요청해야 하는 데 결정권자인 도지사가 부재한 상황이다.

더 긴급한 일정은 7월 4일 열리는 도쿄 도의회 선거다. 4년 전 열린 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는 선거를 한달 앞두고 '도민(都民)퍼스트(First)회'를 창당해 의석의 40%를 차지하며 자민당을 꺾고 대승했다. 고이케 지사는 현재 이 정당의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자민당이 도민퍼트스회를 크게 앞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교도통신 조사 결과, 도의회 선거 정당별 지지율은 자민당 31.8%, 공명당(연립 여당) 14.1%, 도민퍼스트회 12.1% 순이었다. 도민퍼스트회 소속 의원들로서는 고이케 지사의 지원이 절실한데, 아픈 사람에게 요청도 할 수 없어 애가 타는 상황이다.

곤란한 상황 피해 요양? 

이에 대해 고이케 지사의 마음이 이미 도민퍼스트회에서 떠나 자민당 쪽으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이케 지사는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싸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여러 차례 대립해왔지만 최근 올림픽 중단 불가, 관중 수용 등 중요한 결정에서 보조를 맞추며 같은 편에 섰다.

지난해 9월 23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소재 총리관저에서 만난 스가 총리(오른쪽)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東京都) 지사.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9월 23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쿄 소재 총리관저에서 만난 스가 총리(오른쪽)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東京都) 지사. [교도=연합뉴스]

반면 도민퍼스트회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재연기", "최소한 무관객"을 주장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가 이들을 편들어 지원에 나설 경우, 자민당과 다시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도쿄신문은 "향후 총리직까지 노리는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 더이상의 미움을 사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도의원들과 정부 사이에 낀 불편한 상황에 (입원으로)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고이케 지사는 그동안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정당을 수차례 옮겼고, 창당 작업에도 여러 번 가세했다. 그때마다 이슈를 선점해 여론의 흐름을 움직이는 데 능해 '고이케 극장'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건강 악화로 인한 도지사의 요양에 다양한 '뒷말'이 따라붙는 이유다.

한편 도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고이케 지사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발표된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 고이케 지사 지지율은 57%에 달해 지난해 3월보다 7%포인트나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매스컴에 계속 등장해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 지지율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도의회 선거에선 고이케가 정치적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이케 지사의 측근은 아사히 신문에 "이번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가 자민당에 대패하면 고이케 지사도 정치적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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