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은 일흔셋…마음 복잡한 찰스 왕세자가 집중하는 이것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15:59

1981년 7월 29일 결혼식 당시 다이애너와 찰스 왕세자. AP=연합뉴스

1981년 7월 29일 결혼식 당시 다이애너와 찰스 왕세자. AP=연합뉴스

1948년 왕자로 태어나 2021년 현재까지 왕자인 인물이 있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 평생을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살아오다 지천명(知天命)에 이순(耳順)을 지나 종심(從心)이라는 70까지 넘겼다. 어마마마인 엘리자베스 2세는 올해 95세로 백수(百壽)에 가까운 나이에도 정정한 편이다. 지난 4월엔 남편 필립 공을 잃은 상부(喪夫)의 아픔을 겪었지만 국모로서의 꼿꼿함은 여전하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까지 등장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콘월의 여왕 곁엔 찰스 왕세자도 함께했다. 이미 손주까지 본 찰스 왕세자는 어머니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되, 자신만의 미션을 찾았다. G7에서도 그가 주창했던, 기후변화 대응이다.

왕세자로서 1969년 찍은 공식 사진. AP=연합뉴스

왕세자로서 1969년 찍은 공식 사진. AP=연합뉴스

찰스 왕세자는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왕족과는 거리가 멀다. 세상은 첫 부인 고(故) 다이애너를 편애했고, 왕위 계승자로서도 그 자신보다는 아들 윌리엄 왕세손의 인기가 높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일흔셋이 되도 물려받지 못할 왕관 때문에 부모의 눈치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했다. 지난 3월엔 엘리자베스 2세가 장남인 찰스보다 차남 앤드루 왕자를 편애했다는 증언을 담은 왕실 관련 다큐멘터리도 나왔다. 영국 방송 채널4에서 방영된 이 다큐에서 영국 왕실 전문가인 클라이브 어빙은 “찰스 왕세자는 여왕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여왕은 그 때문에 항상 좌절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 아니더라도, 엘리자베스 2세가 공개적 불륜 끝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혼을 하고야 말았던 장남을 예뻐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여기에다 최근엔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의 사이도 벌어졌다.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이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음을 일방적으로 폭로하면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왕위 계승 수위인 장남들. 찰스 왕세자(맨 왼쪽)과 윌리엄 왕세손(맨 오른쪽). 환히 웃는 이는 윌리엄의 아들 조지.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왕위 계승 수위인 장남들. 찰스 왕세자(맨 왼쪽)과 윌리엄 왕세손(맨 오른쪽). 환히 웃는 이는 윌리엄의 아들 조지.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찰스 왕세자는 여전히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왔고, 그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 문제다. 21세기의 주요 이슈라는 점, 미래 세대를 위한 어젠다라는 점에서 어머니와도 차별화가 가능한 포인트다. 여기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부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유관국들 역시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오고 있다. G7 회의에서도 찰스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을 향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냈다.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감소의 위기엔 국경이 없다”며 “그럼에도 해결책은 너무도 오랫동안 미뤄져 왔다”고 하면서다.

말뿐 아니라 행동에도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27일 찰스 왕세자의 어젠다에 영국 재계가 합세했다고 보도했다. 보험업계 유력 단체인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의 브루스 카네기-브라운 회장은 “(찰스) 왕세자는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있어서 보험업계 전반의 힘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지적 재산과 능력을 끌어모아 관련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 로이즈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찰스 왕세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셈이다.

찰스 왕세자의 거수경례 모습. AP=연합뉴스

찰스 왕세자의 거수경례 모습. AP=연합뉴스

기후변화 대응으로 초점을 좁히긴 했으나 환경 문제는 찰스 왕세자가 반세기 가깝게 관심을 기울여온 분야다. 지난 1월 그는 환경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인 ‘테라 카르타(Terra Carta)’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10개의 분야를 제시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인 및 국가ㆍ기업이 해야 할 100여개의 권고사항을 붙였다.

기후변화 문제는 영국 정부가 올해 11월 개최 예정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와도 궤를 같이 한다. 블랙핑크가 홍보대사인 이 국제회의는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 집중하며,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11월 열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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