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막걸리가 재활용 적? 곰표 막걸리의 '반전 포장법'

이래도 막걸리가 재활용 적? 곰표 막걸리의 '반전 포장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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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주조가 만든 표문막걸리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한강주조

한강주조가 만든 표문막걸리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한강주조

‘MZ세대'(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2000년대생 Z세대) 사이에서 '힙'한 막걸리가 있다. 지난 4월 양조장 한강주조가 곰표와 협업해 만든 표문 막걸리다. MZ세대 사이에선 표문 막걸리라 쓰고 곰표 막걸리라 불린다.

[플라스틱 어스]③부활 – 플라스틱은 왜 재활용하기 어려울까

표문 막걸리가 맛만큼이나 주목받는 건 포장재다. 지금까지 막걸리 페트병은 플라스틱 재활용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음료 페트병 상당수가 투명 페트병으로 바뀐 것과 달리, 막걸리 페트병에는 유독 유색 병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4월 8일부터 13일까지 전국 45개 지역에서 막걸리 페트병 실태조사를 한 결과, 60개 업체 89개 제품에서 흰색과 녹색 등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Z세대 눈높이 맞추려 플라스틱 발자국 줄여

서울 성수동의 양조장 한강주조에서 일하는 고성표 대표와 직원들. 한강주조

서울 성수동의 양조장 한강주조에서 일하는 고성표 대표와 직원들. 한강주조

하지만 고성용 한강주조 대표는 표문 막걸리를 준비할 때부터 포장과 배송 과정에서 '플라스틱 발자국'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환경,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표문막걸리는 환경부 최우수등급을 받은 페트병을 사용한다. 한강주조

표문막걸리는 환경부 최우수등급을 받은 페트병을 사용한다. 한강주조

고 대표는 수소문 끝에 친환경 페트병 생산업체를 찾아냈고, 재활용이 가장 잘 돼 환경부로부터 '최우수 등급'을 받은 페트병을 주문했다.

고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품을 기획하면서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수거할 때 라벨이 분리가 잘 되는 걸 찾으려고 했다”며 “친환경 페트병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론 기존의 막걸리 페트병과 금액 차이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고려한 포장은 기본으로 인식”

한강주조 표문막걸리는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매스 포장재로 만든 친환경 보냉박스를 사용한다. 한강주조

한강주조 표문막걸리는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매스 포장재로 만든 친환경 보냉박스를 사용한다. 한강주조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소규모 양조장인 만큼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포장재에도 환경을 고려했다. 그는 재활용이 어려운 스티로폼이나 필름 보냉박스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매스 포장재로 만든 친환경 보냉박스를 사용했다.

고 대표는 “보통 스티로폼 박스를 많이 쓰는데 부피도 크고 재활용도 어렵다”며 “박스 안쪽이 필름으로 코팅된 보냉박스도 종이와 비닐류로 분리가 안 되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안에 넣는 아이스팩도 물이 들어간 종이 아이스팩을 썼다.

고 대표는 “포장이나 친환경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어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분이 있고, 이제 재활용을 고려한 포장은 기본적인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며 “다른 막걸리 제품도 다음 달 중에 재활용이 가장 용이한 페트병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막걸리 페트병 연간 5억개…“색·재질 단순하게”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막걸리. 뉴스1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막걸리. 뉴스1

2010년대부터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연간 40만kℓ 안팎의 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모든 막걸리가 750mℓ 페트병으로 판매된다고 계산할 경우 막걸리에 사용되는 일회용 페트병은 연간 5억여 개에 이른다.

자원순환연대의 김태희 정책국장은 “막걸리나 전통주 등 탁주는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대부분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탁주병을 잘 수거해도 질 높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더 이상 쓰레기 산을 만들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용기는 색깔도, 재질도, 라벨도 질 높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단순하게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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