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 뱃살 꼬집으며 “살 빼라”···네이버 임원들 일삼은 갑질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10:23

업데이트 2021.06.28 12:29

28일 오전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2층에서 네이버 노조가 직원 사망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나 직장갑질119 변호사,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임상혁 원진재단부설녹색병원 원장,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 김정민 기자

28일 오전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2층에서 네이버 노조가 직원 사망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나 직장갑질119 변호사,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임상혁 원진재단부설녹색병원 원장, 박현석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본부장,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 김정민 기자

“고인 외에도 수많은 동료들이 임원 A, B의 괴롭힘에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휴직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은 지속된 문제제기에도 이를 묵살했습니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임원의 폭언·갑질에 괴로워하는 동료를 “경영진도 문제를 알고있으니 조금만 참아보자” 다독이며 묵묵히 일하던 팀장은 회사의 ‘침묵 2년’에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달 발생한 네이버 개발자 사망 사건에 대한 네이버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다. 28일 네이버노조 공동성명은 자체 진상조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명이 임원들의 갑질을 증언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지난 25일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관련 임원들을 징계했다. 임원 A, B엔 각각 해임과 감봉을, 관리책임자인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에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최인혁 COO는 네이버 COO 직을 사임해 계열사 직위만 유지한다. 그러나 이날 노조는 “임원 B를 해임하고, 최COO의 네이버 계열사 보직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네이버 내비게이션 1등’ 목표를 위해 야간, 휴일, 휴가 중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한편, 담당 임원 A와 B로부터 상시 폭언과 괴롭힘을 당했다. 고인의 인사권 전권을 가진 임원 A가 ‘조직을 해체시키겠다’, ‘스톡옵션을 회수하겠다’ 등의 협박성 언사를 계속했으며, 임원 B도 고인에게 ‘배 째기도 정도껏 하라’ 등 상시적 폭언을 했다는 것.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GIO), 한성숙 대표, 최인혁 COO. 사진 연합뉴스·중앙포토, 그래픽=김정민 기자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GIO), 한성숙 대표, 최인혁 COO. 사진 연합뉴스·중앙포토, 그래픽=김정민 기자

노조는 이들이 평소 다른 조직원에게도 폭언·모욕·괴롭힘을 일삼았다고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임원 A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원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라”고 하고, 외부 협력업체에 대해 계약과 무관한 조직 사찰을 지시했다고 한다. 임원 B는 금요일 오후에 ‘월요일 회의자료 준비하라’고 공지한 뒤, 조직원이 주말 근무 결재를 올리면 ‘돈 없어서 주말 근무 신청하냐?’고 압박했다.

노조는 “임원 A, B의 이런 문제를 2년간 여러 구성원이 경영진 면담, 인사조직 면담, 상향평가, 사내 신고 채널에 신고, 이해진 GIO 참석 회의 중 논의 등 모든 수단을 통해 제기했으나 회사는 오히려 문제 임원들에게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했다. 경영진에서 ‘문제있는 사람들이 벌인 해프닝’이라고 평하고 문제를 방치했다는 것. 노조는 “학습된 무기력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이 죽음은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두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제76조의3)상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사실조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해당 상사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상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저버렸다. 절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네이버가 소수의 C레벨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며 지난 25일 발표한 ‘CXO 체제 개편’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오세윤 지회장은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C레벨 4명과 이해진 GIO가 결정해왔단 것은 네이버 직원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라며 “내부 구성원과 논의 없이 회사가 권력 독점 해체 방식을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면 옥상옥(屋上屋)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노조는 노사가 함께 재발방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노사 동수위원회 구성 ▶조직장의 과도한 권한 축소 ▶좋은 리더십 만드는 노사 공동시스템 구축 등을 다루자고 제안했다.

심서현·김정민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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