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초롱이’이영표가 갱단 어린이 후원행사서 말한 신의 뜻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08:00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43)

지난 2017년 엘살바도르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 ‘아기와 엄마 살리기’ 후원을 받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은 이영표 후원자. [사진 허호]

지난 2017년 엘살바도르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 ‘아기와 엄마 살리기’ 후원을 받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은 이영표 후원자. [사진 허호]

모든 인간에게는 선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한 의지는 사람의 행동에서 드러나지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에서 후원자들과 함께 수혜국으로 비전트립을 다녀올 때마다 선함을 몸소 실천하는 분을 많이 만납니다. 종종 유명인과 함께 갈 때도 있는데, 제게 큰 감명을 준 사람 중 한 명이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입니다.

이영표 후원자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말 엘살바도르 컴패션 비전트립에서였습니다. 당시 이영표 후원자가 캐나다에 거주 중이어서, 저와는 산살바도르 공항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까지 이영표 후원자는 TV로 자주 봐서 익숙한 분이었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습니다. 이영표 후원자와 제가 속한 일행은 예닐곱 명 정도의 소규모 팀이었습니다. 우리는 3박 4일 동안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 지역에 위치한 컴패션 어린이센터와 몇 아이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엘살바도르는 치안이 불안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하는 곳 역시 갱단이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하는 위험한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 어린이센터를 찾아가는 길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린이센터로 향하는 길은 아주 깨끗하고 조용했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갱단에 속한 아버지들이 자기 자식을 위해 오늘 하루만 ‘한시적’ 평화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자식 위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구나 싶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에서 이영표 후원자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어린이센터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은 이영표 후원자와 우리 일행을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여느 연예인과 함께 어린이센터를 찾았을 때보다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영표 후원자도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워 보였지만, 이내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일 축구교실을 열기도 했습니다.

엘살바도르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공을 차고 노는 이영표 후원자의 모습. [사진 허호]

엘살바도르컴패션 어린이센터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공을 차고 노는 이영표 후원자의 모습. [사진 허호]

여행을 같이 해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하지요.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루는 한 아이의 집을 방문하게 됐는데, 아이의 아버지가 엄청난 축구 팬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이영표 후원자를 바라보는 아이 아버지의 눈빛은 동경과 존경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요. 이영표 후원자는 진심으로 그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영표 후원자는 응원의 의미를 담아 아이 아버지가 좋아하는 유명 축구 선수의 사인이 있는 유니폼과 축구공을 선물해 주기로 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영표 후원자는 캐나다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을 때 컴패션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영표 후원자였습니다. 자신이 약속한 사인 유니폼과 축구공이 준비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잊힐 수도 있었던 약속을 그는 지킨 것이지요.

사실 제가 이영표 후원자에게 가장 감명받은 한 비유가 있습니다. 그는 ‘신이 공평하다면, 세 명의 사람과 세 개의 빵이 있을 때 각각에게 하나씩 나눠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디 세상 일이 그렇습니까. 한 명이 세 개의 빵을 모두 갖는 경우도 빈번하지요.

이영표 후원자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오랫동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에게 세 개의 빵을 준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내가 세 개의 빵을 가졌다면 한 개를 먹고, 나머지 두 개의 빵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의미였다는 것이지요. ‘나 혼자만의 유익에 만족하지 말고, 다른 이에게 사랑을 흘려보내라’는 것이 이영표 후원자가 깨달은 신의 뜻이었습니다.

비전트립 중 방문한 후원 어린이의 집에서 아이의 아버지와 악수하는 이영표 후원자. [사진 허호]

비전트립 중 방문한 후원 어린이의 집에서 아이의 아버지와 악수하는 이영표 후원자. [사진 허호]

사실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게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컴패션과 20년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면서 내 소유와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분을 많이 봐 왔으니까요. ‘주는 것의 기쁨’을 누렸다는 고백도 자주 들었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 엘살바도르라는 나라에서 이영표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들었던 고백은 잘 잊히지 않습니다. 이영표 후원자가 보여준 행동과 말이 제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지요. 저는 우리의 마음 어딘 가에 선함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서 어떤 것을 꺼내 어떻게 쓸지는 개인의 몫이지요. 몇 년 전 비전트립 사진을 보면서, 저도 다시 한번 찬찬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가진 재능은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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