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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물 많이 마셔도 병, 적게 마셔도 병…내 적정량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104)

한때 모든 병의 원인을 ‘물을 적게 마셔서’로 몰고 간 적이 있다. 사람 몸에 수분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생명의 원천이며, 탈수현상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쪽으로 귀결되었다. 또, 어떤 연구에서 하루에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이 2L 이상이니까 최소 2L는 마셔야 한다는 말도 회자되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하루 2L 물 마시기가 마치 사회 운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퍼져 나갔고, 급기야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며 더 많이 마시기가 일상화한 것 같다.

위에서 말한 이론들 전부 맞는 말이다. 수분은 몸에서 정말 중요하고, 생명의 원천이며, 탈수가 되면 생명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또 수분이 호흡과 대소변, 땀 등으로 끊임없이 빠져나가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으면서 생리현상만 해결해도 1L 이상이 빠져나간다. 그러니 물을 공급해 주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많이, 더 많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물 2L는 마치 종교 서적의 한 글귀처럼 받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물을 적게 마시는 분이 많으니 물을 더 마시게 하는 의도에서였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체격 차이도 있고, 활동량도 저마다 다른데 저렇게 정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운동을 많이 하고, 노동하고, 활동량이 많으면 2L로도 모자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활동량이 적으면 더 적게 마셔야 한다.

평균적인 활동량을 조사해 보니 하루 2L가 소모되더라는 연구 결과는 물 2L가 아니라 ‘수분’을 보충하라는 뜻이다. 수분이 모두 순수한 물을 뜻하지는 않는다. 채소 안에도 수분이 가득하고, 특히 과일은 거의 수분 덩어리다. 하루에 마시는 차, 커피, 음료수 들은 거의 수분이고, 국물 음식도 수분이다. 고기에 가득한 육즙도 모두 수분이고, 푸석해 보이는 견과류에도 수분이 들어 있다. 즉, 먹는 음식 대부분이 수분이 들어 있는데, ‘하루 2L’ 안에는 이 모든 수분이 포함된 계산이다.

몸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사진 pxhere]

몸에 물을 공급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사진 pxhere]

이런 영양소에 포함된 수분이 몸 안에 들어오면 진액으로 변해 몸 각 기관을 움직인다. 마치 석유를 뽑아 정제해 만든 휘발유를 차에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휘발유가 엔진에서 힘차게 움직이고, 여러 곳 삐꺽거리는 곳에는 기름칠을 해야 한다. 이런 모든 기름처럼 작용하는 것을 진액이라고 부른다. 영양소가 진액이 되어 몸에서 완벽하게 작용하면 최상의 효율이겠지만 가끔 영양소가 지나치게 들어올 때가 있고, 정제과정에서 찌꺼기가 생기기도 하고, 기관에서 활용을 못 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분대사가 안 되어 진액이 찌꺼기로 된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수독증’, ‘습담’, ‘담음’, ‘담적’ 등으로 부른다. 즉, 여러 음식물이 대사가 안 돼 수독증이 생기는데, 그런 와중에 물까지 왕창 들어오면 수독증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내 몸에서 수분 대사가 제대로 되는지를 체크하고 물 마시는 양을 개개인에게 맞게끔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무작정 물을 많이 마시다 보면 수독증이 생겨서 어지러움, 부종, 만성소화불량, 무기력, 이명, 장명증, 비만 등 여러 수십 가지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물을 너무 안 마셔도 병, 물을 지나치게 마셔도 병인 것이다.

수분대사가 제대로 되는지 나의 몸 상태를 보고서 아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입 마름이다. 자주 입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된다. 두 번째는 소변을 본다. 소변이 너무 말갛고 투명하면 물을 적게 조절하고, 찐한 노란색이면 물을 더 마신다. 셋째도 소변이다. 물만 마시면 소변을 보거나, 자다 깨서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난다면 줄여야 한다. 넷째는 변비다. 변비면 물을 더 마시고, 무른 변이면 물을 줄인다. 다섯 번째는 땀을 보는데, 땀이 찐득하면 물을 늘리고, 지나치게 많이 흘리거나 주르륵 흘리는 상태가 된다면 줄여야 한다. 이렇게 내 몸의 상태를 살펴보고 기준을 잡아서 물 마시는 양을 매일 체크해 그에 맞게끔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물 마시기 습관이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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