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철수의 미래를 묻다

30년 뒤엔 초고층 아파트 슬럼화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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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트의 미래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과학 문명의 오용으로 인해 암울해진 지구의 미래를 그린 26부작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이 처음 일본 공영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것은 1978년 4월이었다. 1982년 10월부터는 국내에도 소개됐다. 거칠게 잡아 벌써 40여 년 전 일이다. ‘미래소년 코난’이 방영될 당시 상정했던 미래가 2008년 여름이었으니 벌써 13년이나 지난 과거다. 그 애니메이션이 비교적 정확하게 짚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하늘 높이 솟은 초고층 아파트 정도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뾰족하게 솟은 무표정한 초고층 아파트를 마주할 때마다 불현듯 ‘미래소년 코난’을 떠올리곤 한다.

2028년 총인구 정점 찍고 감소세
2041년부터 가구 수도 줄어들어
초고층은 재건축 메리트 없어
인구·가구 감소 시대 대비해야

물론 우리의 이상향이 결코 원시공동체는 아닐지라도 애니메이션이 대중에 전하고 싶었던 생각의 일단은 오로지 앞으로만 내달리는 문명과 욕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관차의 폭주에 대한 우려로 읽힌다. 먼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불과 수년 뒤인 2030년이면 북극 얼음이 모두 사라진다는 김백민 극지연구소 북측해빙연구단장의 경고에 이르면 굳이 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제법 가깝다고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여러 경고가 잠깐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가 현실의 욕망에 짓눌려 가뭇없이 사라지는 반면 먼 미래에 대해서는 설마 그럴까 하는 의문 부호를 먼저 찍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남서쪽 전경. 용산과 목동·김포한강신 도시 등지에 고층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남서쪽 전경. 용산과 목동·김포한강신 도시 등지에 고층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주택이라고 이름 붙인 것들 가운데 현재 절대 우세종인 아파트의 미래는 어떨까. ‘미래소년 코난’에서 그려낸 아파트의 미래는 벌써 과거의 화석이 되었으니 과연 어떤 상상이 가능할까. 오늘날 한국인의 60% 이상이 일상을 의탁하는 곳, 재고주택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30~40년 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당연하게도 꽤 먼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니 그것이 어떻건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앞설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세속적 욕망의 무게에 눌려 가벼운 대화 소재가 될 뿐이니, 엄중한 경고는 늘 일종의 음모론 내지는 모호한 추측으로 치부하곤 하는 것이 일상사다.

통계청 ‘장래인구 특별 추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우리나라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고, 2028년에 이르면 총인구 519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구호가 이미 전설로 남은 지 오래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릴만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20년 정도 뒤인 2040년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는 5086만 명이 된다는 것인데, 주목할 것은 고령인구의 절대적 증가라는, 지금 이 땅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 문제에 대한 심각한 진단이다. 당장 2030년경부터는 중위 연령이 50세를 넘기게 된다는 점에서 성장과 효율, 속도와 생산성에 치중한 사회체제 전반의 급격한 변동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4명이고, 이 수치는 점점 낮아져 30년 뒤에는 2.03명이 될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한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감소 추이로만 본다면 2047년 이후에는 채 2명이 안 되는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가구 수의 증가가 이를 견인하기 때문인데, 2047년에 이르면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가 82%에 이른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1인 가구의 고령화가 가속되고, 그 결과 2047년에는 1인 가구 가운데 50% 이상이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지역적으로 본다면 서울·부산·대구·울산 등에서는 1인 가구가 감소하고, 경기도를 선두로 충남·인천·충북·세종 등의 1인 가구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도별 총 가구수 및 평균 가구원수

연도별 총 가구수 및 평균 가구원수

이러한 추계와 예측 시점이 지금의 청년세대가 노년에 이르는 시기라는 점에서 사뭇 현실적이고, 문제적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도권의 팽창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채워지는 30층을 웃도는 아파트는 과연 어떻게 변할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방과 거실·부엌 등으로 구성되는 지금의 아파트 구조가 과연 그때도 유효할까에 이르기까지, 주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택을 ‘국민주택 규모’로 규정한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서울 수도권의 절대적 비대화가 가져올 여타 지역에 대한 절대적 우월성 강화에 따른 착취구조의 심화와 용적률 상향에 대한 간절한 바람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현실과 세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직전 홍콩의 공공주택공급기관인 홍콩주택청이 보급한 표준형 아파트는 평균 43층에 용적률은 670% 내외였다. 55층 높이에 1000%에 육박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떠올린다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앞서 나열한 각종 추계 수치를 전제한다면 우리의 미래와는 동떨어진 상황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50년 이후엔 한국의 인구는 물론 가구 수도 절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30년 뒤 상황을 홍콩의 사례와 비교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홍콩만큼의 초고층에 이르기도 전에 팽창과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아파트의 재건축 메리트가 사라지는 동시에 지금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마저 슬럼으로 변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한때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참조적 선례 중 하나로 여겼던 일본 도쿄 부근 타마(多摩) 신도시가 5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퇴락한 고스트 타운으로 변했다는 소식을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로 가볍게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오늘의 상황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줄여보자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과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보통명사가 된 ‘재생(regeneration)’이라는 어휘는 이미 그 개념이나 단어가 등장할 당시 미래를 예측한 일종의 징후적 현상이었다. 개발과 성장, 속도와 효율로 대표되는 20세기의 철학이며 태도가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으리라는 일종의 전지구적 합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여지를 남기는 일’이거나 ‘개발의 다른 이름’으로 아무 곳에나 가져다 쓰는 단어가 되었음은 이미 모두가 아는 바이다.

절대 인구는 뚜렷한 감소 경향을 지속하고, 1~2인 가구 역시 2040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밑천으로 삼았던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 도시의 고밀화 가속과 지리적 팽창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의 팽창은 일종의 착시로서 서울 인구의 떠밀려남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팽창일 뿐이고, 이는 부산·광주·대구·인천 등 광역시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주택의 절대 우세종인 아파트에 대한 열망과 욕망은 먼 미래에 대한 예측과 우려에 대한 신뢰를 허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믿는 것보다는 보행 중심의 압축도시(compact city)나 다양한 용도의 복합을 통해 도시의 활력을 높인다는 어번빌리지(urban village)를 내건 다른 나라의 미래 예측에 상대적으로 믿음이 가는 것은 세대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30~40년 뒤 노년에 이를 오늘날의 청·장년 세대가 중시하는 것은 취향과 기호다. 그러나 장래 인구와 가구 추계를 애써 무시하는 지금의 상황을 지속한다면 이들이 자리할 여지라곤 없을 것이 분명하다. ‘미래소년 코난’에 음울하게 그려진 모습처럼 버려진 초고층 아파트단지만이 즐비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 가능한 대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장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처럼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계속 생산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파트단지에 맞설 새로운 대안은 내세우는 일이다. 당연하게도 멈춤을 전제한 후자가 취향과 기호를 절대적으로 담보한다.

그렇다면 멈춤을 위한 방법 역시 자명하다. 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대규모 아파트 공급론에 대해 철저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것이다. 아파트 문제를 단독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의 생활기반시설 확충으로 대응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취향과 기호의 거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인 동시에 인구감소 시대, 1~2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와 이에 뒤따를 감축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아파트 실내 구조의 획기적 변화도 시급한 대안이다. 평균 가구원 수 5인 시대의 표준적 대안은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먼 미래에는 더더욱 유효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성장과 팽창이라는 거짓 안경을 통해 본 오늘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인 바, 미래 예측이라는 과학적 사실에 신뢰를 보탠다면 능히 가능한 일이다. 당연하게도 ‘국민주택 규모’라는 비합리적 기준도 철폐되어야 한다. 사실 30년 뒤 먼 미래는 우리의 아들·딸 세대가 한참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키워드
재고주택(在庫住宅)
한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지어진 집으로 1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 등을 갖춘 단독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영업용(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을 말한다. 재고주택 지표는 주택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박철수
건축 전문가다. 서울시립대에서 건축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2002년부터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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