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분수대

델타 변이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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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네 차례 시도 끝에 그들은 새로운 전략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얘기다. 사실 바이러스만큼이나 부지런한 생명체(?)도 없다. 꾸준히 모습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지난해 연말, 인간이 백신 개발을 끝내고 접종에 돌입하자 그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략은 언제나처럼 변이 바이러스 생산. 이윽고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미국 질병통제국(CDC)에 따르면 미국 등에서 전파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는 6종이 넘는다. 알파(B.1.1.7), 베타(B.1.351), 감마(P.1), 델타(B.1.617.2), 엡실론(B.1.427, B.1.429)이 그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낙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문자를 붙여 부르는데 알파는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는 건 인도에서 시작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다.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바꾸는 전략으로 숙주 인간을 공략한다. 바이러스 표면을 이루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갈고리 역할을 맡는다. 인간 세포와 결합해 공격 기회를 만드는 일종의 침투조다.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같은 계열인 사스(SARS)보다 최대 20배 더 인간 세포에 잘 달라붙는데 변이 바이러스는 이 능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델타 변이는 이런 전파력에 더해 백신과 항체 치료를 무력화하는 능력치도 추가했다. 이를 무기로 델타 변이는 자신보다 앞섰던 변이 바이러스를 밀어내면서 지배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대표적이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델타 변이가 최소 85개국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변이 중 가장 전파력이 높다”며 “바이러스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보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개발국에 백신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건 세계적인 실패라고 꼬집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류는 열세다. 바이러스에 맞서는 전략도 바이러스를 통해 얻는다. 한발 앞선 대처와 인내·끈기가 그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바이러스는 모르는 인류애 정도겠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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