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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산낙지·흙 묻은 상추 그대로 한입? 여름엔 싱싱한 맛 즐기려다 탈 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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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식중독 예방법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폭염을 앞둔 가운데 식중독 발병 위험이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2018년 국내 식중독 환자는 여름(6~8월)에 40%로 사계절을 통틀어 가장 많다. 이는 식중독 원인균 대다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에 활동하기 좋기 때문이다. 식중독은 복통·설사·탈수·구토 등 증상이 잘 알려졌지만 일부에선 호흡 마비, 뇌 기능 장애, 뇌막염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최선이다. 식중독의 원인과 식중독을 피하는 솔루션을 알아본다.

식재료 손질 땐 수시로 손 씻기 #금 가거나 깨진 달걀은 버려야 #포장 배달음식은 냄새부터 확인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병원성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이다. 원인균마다 감염 경로가 다르다. 병원성 대장균은 동물의 분변에 오염된 물, 도축 과정에서 오염된 육류, 축산 폐수에 오염된 물로 재배한 채소 등을 섭취했을 때 감염되며 3~9일간의 잠복기를 거친다. 그중 장 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피가 섞인 설사 증상과 함께 용혈성 요독증후군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황색포도상구균은 곪기 시작하는 화농성 상처 부위에 기생한다. 손에 상처 난 사람이 맨손으로 요리할 때 상처 부위와 닿은 식재료로 균이 이동했다가 체내로 침입한다. 음식을 100도 이상 끓이면 황색포도상구균은 죽지만 이 균이 만든 독소는 파괴되지 않아 식중독을 일으킨다. 이 균과 독소에 감염된 음식을 먹고 나서 1~3시간 뒤 심한 구토와 복통, 설사가 생길 정도로 증상이 빨리 나타난다.

 살모넬라균은 주로 닭의 난관, 동물의 분변과 알 껍데기에 서식했다가 이 동물의 알·육류를 섭취할 때 식중독을 일으킨다.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달걀, 메추리알, 닭고기, 우유·버터 등 유제품을 먹으면 8~48시간 이내 고열·복통·설사·구토 등 증상이 나타난다.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속에 사는데, 여름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 때 급증한다. 바닷속에서 이 균에 감염된 조개·굴·낙지·생선 등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으면 10~24시간 후 배가 아프고 구토, 심한 설사를 보이며 열이 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간 기능이 나쁘거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 비브리오균 중 비브리오 볼니피쿠스에 감염되면 장염 증상을 거쳐 패혈증으로 진행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상처 난 맨손으로 요리하지 말고

식중독을 막기 위해 집에서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은 ‘손 씻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 발생 건수는 최근 5년(2015~2019년) 평균보다 52% 줄었고 식중독 환자는 40% 감소했는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개인 방역수칙으로 손 씻기를 잘 실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귀가 후에는 손에 비누를 묻히고 30초 이상 싹싹 비벼 씻는다. 집에서 요리할 때는 조리 단계마다 손을 씻어 식재료 간 교차오염을 막아야 한다. 채소 손질 후 손을 씻고 나서 육류를 손질하는 식이다.

 집에서 요리할 때는 손의 상처와 이로 인한 황색포도상구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 장갑을 끼도록 한다. 만약 요리 전부터 손에 상처가 나 있다면 반창고를 붙인 뒤 장갑을 껴야 상처 속에 있을지 모르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식재료에 옮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조리도구는 ‘따로 쓰기’가 원칙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도마·행주·수저통과 식기 건조대 내부, 냉장고에서 병원성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이 다량 검출됐다. 육류·가금류·달걀·수산물을 한 끼에 손질할 땐 칼·도마를 따로 구분해 쓰는 게 안전하다. 구분 사용이 힘들다면 채소→육류→어패류→가금육(닭·오리) 순으로 손질한다. 채소류는 물에 희석한 염소 소독액 등에 5분 이상 담갔다가 깨끗한 물에 3회 이상 씻은 뒤 절단한다. 세척한 채소류를 조리에 바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사용한 칼·도마·행주 등 주방 도구는 깨끗이 씻은 뒤 삶거나 햇볕에 말려 살균·소독한다.

 식재료 중 달걀은 껍질에 살모넬라균이 묻어 있을 수 있으므로 맨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하며, 맨손으로 만졌다면 바로 손을 씻는다. 달걀은 5도 이하의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74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섭취에 안전하다. 만약 날달걀에 금이 가 있거나 살짝 깨져 있다면 버리는 게 낫다. 여름철엔 조개·굴·낙지·생선 등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지 말고 익혀 비브리오균 감염을 막아야 한다.

 음식은 상온에서 6시간이 지나면 섭취 시 식중독 발병 위험이 급증한다. 가천대 길병원 김민정 영양사는 “끓인 음식이더라도 상온에 방치하면 클로스트리듐 퍼프리젠스균이 증식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찬·국은 5일 이내, 생선·육류는 2일 이내에 먹되 식후 바로 냉장 보관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식수는 끓여 먹고, 과일은 껍질을 벗겨 먹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조리 도구는 재료별로 따로 쓰고

음식을 시켜 먹거나, 밀키트를 배달할 때도 식중독을 막기 위해 점검할 사항이 있다. 우선 ‘냄새’다. 포장지를 개봉했는데 내용물에서 시큼하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식중독 원인균에 감염됐을 수 있다. 식품 종류에 따라 ‘형체·색·질감’으로도 상한 음식을 가려낼 수 있다. 생선 눈알이 투명하지 않고 크림색이면서 만졌을 때 탄력이 떨어지는 경우, 고깃덩어리가 푸르스름하거나 미끌미끌한 경우, 꽃게 배 부위가 보라색이면서 내장이 검은색인 경우, 우유가 몽글몽글하게 덩어리지거나 색깔이 변한 경우가 그 예다. 한양대병원 박청 영양사는 “신선한 식품을 배달 주문해도 식품과 아이스팩의 실제 접촉면이 좁았거나 소비자가 제품을 너무 늦게 픽업하면 아이스팩의 보랭 효과가 떨어져 음식물이 상할 수 있다”며 “식재료의 냄새·형체·색·질감 등에 문제가 있으면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냉장용 축산물 1㎏을 48시간 동안 10도 이하로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여유 공간이 없는 박스 내부에 꽁꽁 언 아이스팩을 최소 2개는 넣어야 한다.

 외식할 때는 차려 나온 반찬 등 식재료의 상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상추·감자·더덕·도라지·고구마 등 흙과 친한 식재료다. 동물의 분변 등으로 흙 속에 있던 세균·곰팡이가 식재료에 묻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정주 영양팀장은 “이들 식재료에 흠이 났거나 갈라진 경우, 상추의 주름 사이에 흙 알갱이가 남아 있는 경우 세균 오염 위험이 크므로 그 부위를 잘라내거나 먹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햄버거를 먹을 때 패티가 다 익었는지도 확인한다. 완전히 조리되지 않은 소고기 분쇄육은 장 출혈성 대장균이 생육하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릇에 담긴 반찬이 수분기 없이 메말라 있다면 보관 시 밀폐가 잘 안 돼 바깥 공기의 부유균·낙하균에 반찬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신호이니 섭취를 자제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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