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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연일 최고 찍는데 ‘곱버스’ 베팅하는 개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중견기업 대리 정모(33)씨는 지난 25일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에 그동안 모아둔 3600만원을 투자했다. 이 ETF는 주가 하락분의 두 배 수익을 내는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와 인버스의 합성어)’ 상품이다. 반대로 주가가 1% 오르면 2% 손실을 보는 구조다. 정씨가 이 상품에 투자한 날 코스피는 3300을 돌파했다. 정씨는 “코스피가 3200 전후까지 떨어지면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 인버스2XETF 2200억 순매수 #상승에 베팅상품은 1418억 순매도 #기관은 개인과 반대, 상승에 걸어

개인은 지수 하락, 기관은 상승에 베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개인은 지수 하락, 기관은 상승에 베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스피가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와중에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랠리가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개인은 코덱스(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2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금액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카카오(5897억원)에 이어 2위였다. 코덱스 인버스 ETF도 349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은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지난 22~25일) 지수 상승분의 두 배만큼 가격이 오르는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41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대로 기관들은 같은 기간 코덱스 레버리지 ETF를 14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동시에 기관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를 가장 많이 순매도(2445억원)했다.

기관과 엇갈리는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최근 주가를 단기 고점으로 보고,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개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최근 코스피도 최고가를 수차례 경신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정받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 25일 기준 코덱스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지난 4일간 4.2% 하락했다. 이달 수익률은 -6.1%였다.

일시적 조정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기대에도 증권가는 하반기 국내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3분기에 한 단계 레벨업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가 쌓여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인버스 상품 등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지수가 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누적으로 복리 효과가 일어나며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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