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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달러서 74달러로…국제유가 어디까지 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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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7일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96.49원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27일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596.49원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신(God)은 주가는 예측해도 유가는 모른다.’

14개월새 배럴당 100달러 급등 #세계경제 회복에 100달러 전망 #미국 테이퍼링 땐 하락 가능성 #OPEC+ 감산, 이란핵협상도 변수 #전국 휘발유값 8주연속 상승세

글로벌 정유 업계에서 회자하는 격언이다. 그만큼 유가의 향방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해와 올해 유가의 흐름을 보면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마이너스 37달러(미국 서부 텍사스 원유(WTI) 선물 거래 기준)를 기록한 국제유가는 지난 25일에는 배럴당 74.05달러(8월 거래 선물)까지 상승했다. 1년 2개월 사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간 것이다.

국제 유가 전망은 더 혼란스럽다. 에너지경제연구원·국제금융센터·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지난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국제 유가 전문가 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에너지 관련 연구 기관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64~69달러로 수정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예측했던 배럴당 40~56달러에서 10달러 이상 대폭 올린 수치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유가가 7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6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WTI 평균 가격 전망치를 61.85달러로 종전 대비 5% 올렸다.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도 65.19달러로 종전 대비 4.7% 높여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가 100달러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 원유가격(WTI)

국제 원유가격(WTI)

상황이 이런 건 변수가 너무 많아서다.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감산안이 그중 하나다. 진종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탈 탄소 트렌드에 기인한 산유국의 공급 축소에 대한 기대감과 실물 수요의 강한 회복 경향에 기안해 국제 유가는 연말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핵 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시행도 향후 국제유가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확산도 국제유가를 움직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는 최고치지만 정유사 이익을 결정하는 정제 마진은 연중 최저치로 최근 유가 상승이 수요 확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코로나19 종식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행정부 교체에 따른 셰일오일 투자가 줄어든 것도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도 연일 상승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11.2원 오른 ℓ당 1587.5원을 기록했다. 8주 연속 상승세이자 최근 3주 연속으로 전주 대비 10원 이상씩 올랐다. 경유 판매 가격 역시 전주보다 11.5원 상승한 ℓ당 1384.7원이었다. 최고가 지역인 서울은 ℓ당 1671.4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84원 높았다. 최저가 지역인 대구는 ℓ당 1563.0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24.5원 낮았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ℓ당)은 지난 3월 3일 1517원으로 1500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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