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역사 박혜정 “미란 언니 따라 갈래요”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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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혜정은 장미란 뒤를 이어 한국 여자 역도를 이끌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박린 기자

박혜정은 장미란 뒤를 이어 한국 여자 역도를 이끌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박린 기자

26일 경기 안산시 선부중 역도 훈련장. 박혜정(18·안산공고)이 남자용 바벨(봉)을 ‘으라차차’ 들어 올렸다. 그는 “남자용이 더 두껍고 5㎏ 더 무겁다. 역도는 악력이 중요하다. 남자용으로 훈련하다가 여자용으로 하면 탄력이 더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38)의 계보를 이을 선수다.

8개월 만에 또 한국 주니어 신기록
체중 130㎏, 허벅지 83㎝ 근육질
같은 나이 때의 장미란 기록 넘어
도쿄는 못 가고 파리올림픽 목표

박혜정은 22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고부 최중량급(87㎏ 이상)에서 인상 123㎏, 용상 163㎏, 합계 286㎏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자신이 세운 한국 주니어 신기록(281㎏)을 8개월 만에 또 경신했다. 합계 286㎏은 2019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당시 같은 체급 5위 기록이다.

박혜정은 키가 1m76㎝, 몸무게가 130㎏이다. 허벅지 둘레는 83㎝(32.6인치)로, 성인남성 허리둘레다. 조성현 안산시역도연맹 사무국장은 “육상 선수(투원반) 출신 어머니 골격을 빼닮았다. 중1 때 테스트하는데 하체 자세가 딱 나오더라”라고 칭찬했다. 손이 크며, 몸은 땅땅하다. 박혜정은 “(한 체급 아래인) 87㎏급 선수인 줄 알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최중량급 선수 중에서는 제가 제일 예쁘대요”라며 웃었다. 입술에 바른 레드 틴트가 눈에 띄었다. 그는 “생기를 주려면 필수”라고 설명했다. 딱 그 나이의 여학생이다.

역도 시작은 좀 늦었다. 또 1년 유급해 동급생보다 한 살 많다. 그래도 성장을 빨랐다. 박혜정은 중3 때 이미 장미란의 고2 기록을 넘었다. 그는 “삼촌 추천으로 시작했다. 유튜브로 장미란 언니 경기를 보고 감동해서 눈물도 흘렸다. 그렇게 역도에 빠졌다. 3년 전에 언니가 스테이크를 사줬다. 언니가 ‘스트레칭이 중요하다’고 해서 스트레칭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박혜정(가운데). 그를 지도하는 조성현 안산시역도연맹 사무국장(오른쪽)과 박상민 안산공고 코치. 박린 기자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박혜정(가운데). 그를 지도하는 조성현 안산시역도연맹 사무국장(오른쪽)과 박상민 안산공고 코치. 박린 기자

박혜정은 용상(바벨을 어깨에 걸친 후 들어 올리기)보다 인상(바벨을 한 번에 들어 올리기)이 약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상에서 기록이 2㎏ 늘었다. 박상민 안산공고 코치는 “골반을 채는 풀업 동작을 보강했다. 엉덩이 시작 자세를 ‘ㄱ’자로 높였고, 바벨이 최대한 허벅지에 붙어서 올라가게 했다”고 기록 향상 배경을 전했다. 그는 오전 6시 반에 훈련을 시작하고, 5교시까지 수업을 받은 뒤에 훈련한다. 하루 운동 시간은 7시간씩이다.

키 1m70㎝에 몸무게 115㎏였던 장미란은 과거 “체중을 늘리려고 억지로 먹고 구토할 뻔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체격이 더 좋은 박혜정은 “먹으면 바로 살로 가는 스타일이다. 먹는 건 엄마가 잘 챙겨주신다. 그리고 ‘먹방’을 즐겨본다”고 말했다. 박상민 코치는 “혜정이는 끼가 많다”고 칭찬했다. 박혜정은 “내 별명이 ‘날뚱이’, 즉 날렵한 뚱땡이라는 뜻”이라며 웃었다. 그는 서전트 점프를 1m 뛴다.

박혜정 체급의 세계 최강자는 중국 리웬웬이다. 그는 합계 335㎏을 든다. 박혜정은 “내 1차 목표는 300㎏이다. 연습 때는 든 적이 있는데, 가깝고도 먼 무게다. 300이란 숫자와 ‘밀당’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고2인 그는 규정상 1년에 수업에 30일 이상 빠질 수 없다. 게다가 해외여행에 따른 격리 문제로 국제 대회에 못 나간 지 꽤 됐다. 마지막이 2019년 평양 주니어 대회다. 그는 “대회 포인트가 없다 보니 도쿄 올림픽에는 못 나간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을 바라본다.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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