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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내입’은 ‘일부 상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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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반인에게는 은행 문턱이 높게 느껴진다. 대출 규정이 까다로운 점 등도 있겠지만 은행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어려운 것 역시 이러한 거리감에 한몫한다.

예를 들어 대출과 관련해 ‘내입’과 ‘상계’라는 용어가 있는데 일반인으로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내입’은 갚을 돈의 일부를 먼저 내는 것을 뜻한다. ‘상계’는 예금을 해지한 후 그것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은행은 이처럼 어려운 용어인 ‘내입’과 ‘상계’를 ‘일부 상환’과 ‘예금 해지 후 대출상환’이란 쉬운 말로 바꾸었다. 이 은행은 ‘고객 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 용어 사용’ 운동을 펼치면서 ‘날인’과 ‘차주’도 ‘도장을 찍다’ ‘대출 신청하신 분’으로 각각 변경했다. 외환 업무에서 쓰는 ‘현찰 매도율’ ‘현찰 매입률’은 손님 관점에서 ‘외환현찰 살 때 환율’ ‘외환현찰 팔 때 환율’로 각각 교체했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앞서 시행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립국어원과 협약을 하는 등 2019년 11월부터 이러한 작업을 해온 국민은행은 ‘내점’ ‘차기’ 등 일본식 표현을 ‘방문’ ‘다음’ 등 쉬운 우리말로 바꾸었다. 어려운 용어인 ‘고시’ ‘통보’ ‘견양’은 각각 ‘안내’ ‘알림’ ‘보기’로 대체했다.

신한은행 역시 ‘쉽·사·빠’라는 이름의 유튜브를 개설하는 등 어려운 용어 바꾸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월 기장’은 ‘새 통장으로 바꾸고 정리를 도와드리겠습니다’, ‘타발송금 내도’는 ‘해외에서 보낸 자금이 도착했습니다’로 변경했다.

각 은행이 이와 같은 운동을 계속해 나간다면 이용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뿐 아니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완전 판매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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