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리노에게 표 줄건가" 트럼프의 배신자 '복수 여정'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17:08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웰링턴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자신의 백악관 참모였던 맥스 밀러를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웰링턴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자신의 백악관 참모였던 맥스 밀러를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에게 탄핵 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키려는 ‘복수 여정’(revenge tour)을 본격화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올해 1월 퇴임한 뒤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군중 유세에 나서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하이오주(州) 웰링턴 야외 유세장에 방문해 이 지역구 하원의원에 출마를 선언한 맥스 밀러를 지지하는 찬조 연설을 90분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백악관을 되찾고, 의회를 되찾고, 미국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구의 현재 하원의원은 앤서니 곤잘레스(공화당)다. 그는 올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한 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맥스는 대단한 애국자이자 오하이오를 사랑하는 인물”이라며 “맥스의 상대는 곤잘레스인데, 그는 워싱턴 정가에서도 존경받지 않는 ‘관종’ 리노(grandstandingRINO)다”라고 했다. 리노는 ‘이름만 공화당원(Republican in Name Only)’의 줄인 말로 공화당 명패를 달고 진보적 행보를 보이는 당원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지난 대선은 사기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 등을 비판했다.

CNN은 이날 공화당 유권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백 마일(수백 ㎞) 떨어진 곳에서부터 웰링턴으로 모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맥스 밀러에 대해서는 대부분 모르고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2022년 중간선거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웰링턴에 모여든 인파.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웰링턴에 모여든 인파. [EPA=연합뉴스]

열성 지지층을 보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일각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느주 그린빌에서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할 당시 이 지역의 테드 버드 하원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직후 그에게 후원금이 몰렸다고 한다.

버드 의원의 고문인 조나단펠츠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TV 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구글에 테드를 검색했다”면서 “딩, 딩, 딩” 소리와 함께 기부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90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버드 의원은 지난 1월 대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해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한 바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대선 캠페인 슬로건으로 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단체명이기도 한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을 구하자)를 이번 유세의 슬로건으로 쓴다.

이날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는 ‘세이브 아메리카’ 첫번째 유세로, 두번째 유세는 독립기념일 전날인 7월 3일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서 열린다. 이곳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온 뒤 머무는 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부의 적을 솎아내려는 행보를 시작했지만,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은 분위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트럼프)에게는 그만의 의제가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행정부가 국가에 무슨 일을 하려는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2022년의 큰 화두는 과거가 아닌 미래”라고 말했다. 매코낼 원내대표는 지난 1월 6일 의회 난입 사건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심리 과정에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지지자들을) 자극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