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에 의경 아들 배치…해경 함장, 자택서 숨진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13:35

업데이트 2021.06.27 23:42

해양경찰청 청사. 사진 해양경찰청

해양경찰청 청사. 사진 해양경찰청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아들을 자신이 지휘하는 함정에서 근무하도록 인사 발령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해경 함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대기 발령된 A 함장이 27일 오후 4시 50분쯤 강원도 속초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해경의 명예를 실추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해경청 소속이었던 이 간부는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자녀를 자신의 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를 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대기발령 조치됐다. 속초 해경에 따르면 의무경찰 B씨는 지난 2일 자 인사로 동해 최북단을 맡은 500t 해상경비함정에 배치됐다. 자신의 아버지가 함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B씨는 이 배에 오르고 20여일 뒤인 지난 25일 다른 곳으로 배치됐다. 다만 아버지가 함장으로 있는 배가 B씨의 첫 근무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속초해경은 26일 “해당 함장을 대기 발령하고, 관련자 2명을 인사 조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속초해양경찰서 전경. 사진 속초해양경찰

속초해양경찰서 전경. 사진 속초해양경찰

직장갑질·성폭력 피해 국민청원도

한편 소속 경찰관의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양경찰엔 비상이 걸렸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양경찰청은 관련자들을 대기 발령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연수경찰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직장 내 괴롭힘과 10여년 전 동료경찰관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글’과 관련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23일 해경청 소속 여성 경찰관 C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해 2월 해경청 발령 첫 주에 서무 행정업무로 벅차하자 사무실 동료가 ‘얼마나 날로 먹었길래 서무 하나 못해서 피X 싸고 있냐’고 했다”며 “다른 직원도 있는 사무실에서 얘기해 수치심과 모욕감이 들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어 회사에 해당 동료와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육아 휴직을 신청하라'라거나 '본청에 그 정도 각오 없이 왔느냐'는 말만 들었다는 게 C씨의 주장이다.

해당 글에서 C씨는 2008년 일선 해경서에서 근무할 때 회식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청원 글에 “당시 반장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건물 지하인 룸살롱으로 데려갔다”며 “문을 닫더니 옆에 앉히고서는 과일을 이쑤시개로 찍어 주면서 입을 벌리라고 했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몸을 밀착시켰다”고 썼다.

C씨는 “당시 뿌리치고 뛰쳐나와 택시 타고 관사에 들어갔다”며 “다음날 출근해서 계장님께 말씀드렸더니 ‘미친 XX네’라고만 하고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경청은 C씨의 사무실 동료를 대기 발령하고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로 조치할 예정이다.

헤어지잔 말에 여친 폭행·감금

폭행. 중앙포토

폭행. 중앙포토

앞서 동해해경청 소속 의경 D씨(20대)가 폭행 및 감금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D씨는 지난 22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양천구 한 주택가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한 뒤 차량에 강제로 태워 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여자친구는 차가 잠시 멈춘 틈을 타 도움을 요청했다. D씨는 여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잔 말을 듣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잇따른 해양경찰 관련 의혹 제기에 일각에선 징계만 강화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위 행위에 대한 내부 징계가 시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종종 나온다”며 “솜방망이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벗으려면 처벌 관련해 새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외국처럼 민간인 소청심사위원회 등 외부감사위원을 도입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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