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의 야외 페스티벌…“입장만 70분 걸려도 설레”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12:28

업데이트 2021.06.27 14:55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사진 MPMG]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사진 MPMG]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야외 페스티벌로 케이스포돔을 방역센터로 활용했다. 민경원 기자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야외 페스티벌로 케이스포돔을 방역센터로 활용했다. 민경원 기자

26일 오후 3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이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 앞.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무려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대형 야회 음악 페스티벌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그동안 대중음악은 뮤지컬ㆍ클래식 등 다른 장르 공연와 달리 모임ㆍ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공연이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 14일부터 4000명까지 관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재개됐다.

대중음악공연 4000명까지 참석 가능
올림픽공원서 뷰티풀 민트 라이프 열려
자가검진키트 등 5단계 거쳐 입장
떼창·함성·기립음 금지, 박수는 가능

공연이 열리는 88잔디마당에 입성하기까지는 5차례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티켓 양도를 막기 위해 1차로 신분증 및 모바일 티켓을 확인한 뒤, 대형 방역센터로 꾸며진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에 들어서면 체온 측정과 QR체크인이 진행됐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을 예방하고자 2인권, 3인권을 구매한 사람도 동행이 모두 모여야 이동이 가능했다.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를 받아드니 또 다른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서실처럼 좌석이 나눠진 곳에서 각자 타액 검사를 진행하고 대기석에서 10분간 결과를 기다린 뒤 음성이 나와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푸드존에서만 취식 가능 “불편해도 쾌적”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민경원 기자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민경원 기자

타액 검사를 통해 10분이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MPMG]

타액 검사를 통해 10분이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MPMG]

손목에 입장권 외에 ‘검역 완료’ 밴드를 차고 공연장에 들어서기까지 약 70분이 걸렸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1년에 1~2번은 페스티벌을 찾았다는 직장인 강명진(28)씨는 “입장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지만 불편함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며 “이렇게라도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객 이예지(20)씨는 “3시 30분에 시작하는 데이먼스 이어의 오프닝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1시쯤 왔더니 대기 없이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며 “대학생이 되면 꼭 페스티벌을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그 바람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장은 좌석 간 이동도 철저히 금지됐다. 좌석존과 피크닉존 모두 띄어앉기를 하고, 500㎖ 이하 페트에 담긴 물과 음료 외에는 취식이 불가능했다. 띄어앉기 의자에는 “그 아름다운 모습 거리를 둔 채 멍하니 쳐다봐”(콜드의 ‘미술관에서’) 등 출연 가수들의 노랫말을 인용한 안내문이 붙었고, 입장 인원을 제한한 푸드존은 테이블마다 투명막 외에도 나무 사이 사이로 알전구를 설치하는 등 삭막한 분위기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눈에 띄었다. 사람이 몰릴 때면 어김없이 “현재 인원 초과로 입장이 불가능하니 잠시 후에 다시 와달라”는 스태프의 통제가 이어졌다.

“백신 맞고 맘 편히 와…다들 적극 협조”

88잔디마당 내에 마련된 푸드 존. 지정된 공간에서만 취식이 가능하다. 민경원 기자

88잔디마당 내에 마련된 푸드 존. 지정된 공간에서만 취식이 가능하다. 민경원 기자

한 칸씩 띄어앉기를 시행한 좌석존. 출연 가수의 노랫말로 안내문을 만들었다. 민경원 기자

한 칸씩 띄어앉기를 시행한 좌석존. 출연 가수의 노랫말로 안내문을 만들었다. 민경원 기자

직장인 김예림(26)씨는 “평소 페스티벌에서 음식을 사려면 30~4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 구역별로 인원을 제한하니 훨씬 빨리 살 수 있었다. 테이블을 이용하니 더 쾌적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떼창을 못 하는 게 영 아쉽고 어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맞고 공연을 찾은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의료계 종사자인 문모(26)씨는 “분기에 1번꼴로 페스티벌을 찾았는데 코로나 이후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백신을 맞고 마음 편하게 왔다”며 “관객들도 이 공연이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도 감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페퍼톤스는 “(페스티벌을) 지난해 한 번 쉰 건데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공연을 하니 다 풀어지는 느낌”이라며 “그래도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서 의자 없이 서서 놀기도 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 잘 앉아계시는 게 그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마치 웅변하는 기분”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하이는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니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며 “마음으로 함성 지르고 계신 거 맞죠” “마스크 때문에 안 보여도 웃고 계신 거 맞죠” 등 ‘내적 호응’을 유도했다. 객석에서는 간혹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긴 했지만 우려했던 떼창이나 함성은 없었다.

아이돌 공연 재개할까…기획사들도 주시

26일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서 노래하고 있는 이하이의 모습. [사진 MPMG]

26일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서 노래하고 있는 이하이의 모습. [사진 MPMG]

주최사 MPMG 관계자는 “26일에는 키트 사용 미숙으로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재검사한 경우는 있었으나 모두 음성이 나왔다”며 “27일에도 발열 증상이 있거나 양성이 나올 경우 입장이 제한되고 환불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따르고 있다. 케이스포돔까지 추가 대관하는 등 적자를 보게 됐지만 하루빨리 대중음악 공연 시장도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시작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하루 평균 관객은 예년에는 8000~1만명 수준이지만 올해는 4000명으로 제한해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번 공연을 다른 기획사·제작사들도 주시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최대 5000명까지 입장이 허용되면서 실내공연장 케이스포돔은 대관 예약이 치열하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7월 2~4일, 16~18일, 8월 6~8일 공연을 앞뒀고 ‘트롯전국체전’(7월 10~11일)과 나훈아(8월 27~29일)도 준비 중이다. 아이돌 기획사도 움직이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와 세븐틴은 각각 7, 8월에 온오프라인 팬미팅 계획을 발표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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