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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매년 2㎜ 깎인 그 건물…美붕괴 참사 아파트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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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지역 바다에서 한 시민이 제트스키를 타며 이틀 전 무너진 챔플레인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지역 바다에서 한 시민이 제트스키를 타며 이틀 전 무너진 챔플레인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해변의 12층 아파트가 무너진 지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붕괴 원인에 대한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고가 난 챔플레인 아파트가 40년 전 간척지에 세워진 점을 지적하며, 마주하고 있는 바다의 수면이 기후변화로 상승하면서 지반을 약화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건물 밑바닥은 모래와 침전물로 돼 있는데, 해수면이 오르면서 침전물이 빠져나갔고 침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WP는 실제 챔플레인 아파트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는 연구 기록도 공개했다.
시먼우도윈스키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지구환경)는 지난해 4월 발간한 논문에서 마이애미 동부 해변의 12층짜리 건물이 1993~1999년 사이 매년 2㎜씩 내려앉았다고 밝혔는데, 그 건물이 바로 챔플레인 아파트였다.
날씨 분석 기관인 캐피털 웨더 갱의 자료에 따르면 마이애미 지역의 해수면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무려 30㎝ 이상 올랐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상승 폭이 15㎝였다. 이 때문에 마이애미 지역에선 지난 23년간 홍수 발생 빈도가 320%나 증가했다.
지난 4월 마이애미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40년 동안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방벽과 지하 파이프 등을 지어 홍수를 막겠다는 건데, 이미 그동안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밀물이 좀 심하면 건물 저층부가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특히 해안가 모래 위에 지어진 건물 지하주차장은 수시로 고이는 지하수를 빼내기 위해 24시간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건물 안전도를 평가하는 보카러턴의 앨버트 슬랩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지하수가 콘크리트로 스며들어 가 구조물을 약화하고 침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 역시 해안가에 위치한 챔플레인 아파트가 바닷물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지진 안전위원회의 킷 미야모토 위원장은 붕괴 영상을 본 뒤 "전형적인 기둥 문제"라고 밝혔다. 콘크리트 속으로 들어간 바닷물이 내부의 철근을 부식시켜 기둥을 약하게 했다는 것인데, 이런 가능성은 구조물이 바다에 인접했을 때 더 높다고 했다.
콘크리트 보수 전문가인 그렉 바티스타는 이런 현상을 "콘크리트 암"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암세포처럼 콘크리트 속으로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구조물 전체로 퍼져 결국 무너지게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붕괴된 미국 플로리다 챔플레인 아파트가 위치한 마이애미 해변에는 모래사장을 따라 아파트와 숙박시설 등 고층건물이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붕괴된 미국 플로리다 챔플레인 아파트가 위치한 마이애미 해변에는 모래사장을 따라 아파트와 숙박시설 등 고층건물이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챔플레인 아파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슬랩 CEO는 "비극적인 이번 사건이 (큰 붕괴를 미리 알려주는) '광산의 카나리아'일 수 있다"면서 주변 다른 건물들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선 붕괴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는 쉽지 않고, 시간도 상당히 걸릴 거란 전망이다.
지금 마이애미에는 미 표준기술연구소(NIST) 소속 연방 조사팀이 급파돼 사전 조사에 들어갔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의 붕괴 과정을 파헤쳤던 팀이다. 그러나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장 방문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따라서 붕괴 원인에 대한 예측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앞서 챔플레인 아파트에 대해 논문을 쓴 우도윈스키 교수도 CNN 인터뷰에서 "주변의 다른 건물에선 침하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연구가 붕괴 원인에 대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가 되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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