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밀착 치마로 즐거움 달라" 정신나간 제주 호텔 리뷰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06:00

업데이트 2021.06.27 15:54

지난해 국내 항공사로는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에어로케이. 사진 에어로케이

지난해 국내 항공사로는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에어로케이. 사진 에어로케이

‘여성 직원들의 복장이 너무 남성적이어서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여성미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유니폼으로 변화 준다면 이용객들에게 훨씬 더 편안함과 즐거움 선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승무원 유니폼처럼 신체에 밀착하는 치마 유니폼)’

최근 제주도의 한 신생 호텔 리뷰란에 올라온 글은 곧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여성 호텔 직원의 바지 유니폼을 ‘단점’이라고 지적한 리뷰 작성자는 네티즌들로부터 “아직도 저런 사람이 있냐”“직원 옷차림 보러 비싼 호텔 갔냐”는 뭇매를 맞았다.

이 리뷰에 구시대적 사고라는 지적이 많았던 건 최근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젠더리스는 기존의 여성·남성이라는 성별 구분과 그에 따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 한 호텔 리뷰란에 올라온 글. 온라인 캡처

제주도 한 호텔 리뷰란에 올라온 글. 온라인 캡처

H라인 치마? “NO”…기능에 집중한 유니폼

남성과 여성의 의복 경계가 흐릿해지는 이러한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여성성을 앞세우기보다 전문성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유니폼을 입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주로 몸에 붙는 ‘H라인 치마’를 입어 왔다.

여직원에 대한 복장 규정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항공업계에도 젠더리스가 등장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남녀 구분이 없는 유니폼을 도입한 에어로케이가 관심을 모았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한 저비용 항공사인 이곳은 여성과 남성 승무원의 유니폼 디자인이 동일하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활동성과 편의성을 강조했다.

유니폼을 만든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이재우 디자이너는 론칭 당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늘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의 핵심은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불편한 옷보다는 기능적이고 활동적인 옷을 입고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승무원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245개 중 214개 마스코트 ‘성차별 요소’

변경 전(왼쪽)과 후 포순이. 사진 경찰청

변경 전(왼쪽)과 후 포순이. 사진 경찰청

지난해 7월 여성 경찰 마스코트 포순이도 치마에서 바지로 갈아입었다. 여성 캐릭터라는 이유로 강조됐던 긴 속눈썹도 뗐다. 1999년 포순이가 탄생한 지 21년 만이다. 경찰청은 그간 포순이의 복장이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경찰은 대민 접촉이 잦은 업무 특성상 성평등 감수성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업무매뉴얼 71종에 대한 성별 영향평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일 공개한 ‘생활 속 주요 정책의 성차별 요소 개선방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5개 지자체 중 마스코트를 도입한 214개 기관에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경우 43%가 성차별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 마스코트와 비교해 여성은 ▶보조적 마스코트로 표현 ▶소극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로 표현 ▶분홍색으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 ▶속눈썹이나 볼 터치 등을 강조해 외모와 꾸밈을 강조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직능적 차별, 의상 규정과 연관”

그룹 위키미키(Weki Meki)가 지난해 활동하며 입었던 의상. 사진 판타지오

그룹 위키미키(Weki Meki)가 지난해 활동하며 입었던 의상. 사진 판타지오

대중문화 업계에서도 젠더 뉴트럴은 확산하고 있다. 걸그룹의 상징으로 느껴졌던 노출이 많은 옷이나 높은 구두보다는 멤버 개인의 개성을 살리거나 무대 공연에 적합한 의상으로 변화하는 식이다.

‘역주행’ 신화 브레이브 걸스 등 몇몇 걸그룹은 섹시 콘셉트를 벗어난 이후 이전보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8인조 걸그룹 위키미키는 한 언론에 “타이트하고 노출이 있는 복장이면 밥을 먹어도 체할 때가 많고 군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공연을 하면서 정말 편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복장이나 의상에 있어 젠더리스 방향으로 가는 게 흐름인데,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사례에 대해 전에 비해 강한 비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남성과 여성이 한 호텔에서 일할 때 직능적으로도 차별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의상 규정과 관련이 있다”며 “그러나 최근처럼 성 역할 고정관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각자 직업적 능력으로만 평가받기를 바라는 사회에서는 남녀를 구분하는 복장은 더욱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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