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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넷플릭스…망사용료 “못내” 세금 추징 “불복”[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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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미지. [중앙포토]

넷플릭스 이미지. [중앙포토]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서비스(OTT) 회사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4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2019년(1858억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날 것 같지만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사 진출, 망 사용료 갈등 등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서다.

[키워드] 잘나가던 넷플릭스 ‘먹구름’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소송 패소 #법원, “대가 지급할 의무 있다” 판단 #세무조사로 800억원대 세금 추징도 #성장세는 주춤한데 경쟁사 공격 투자

넷플릭스 한국 법인의 정확한 이름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유한회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가 있는 ‘넷플릭스 인터내셔널 BV’가 주요 지분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3204억원은 네덜란드 넷플릭스가 수수료 항목으로 떼 간다.

사실 이 정도면 국내 매출의 8할을 세율이 낮은 네덜란드로 통째 옮기는 것과 비슷하다. 영업이익으로 88억원을 벌었지만, 업계에선 이 같은 수수료를 통해 수익구조가 훨씬 탄탄할 거라고 추정한다. 한국에 낸 법인세는 21억여 원이다.

세무당국은 최근 넷플릭스에 대해 8개월에 걸친 세무조사를 마치고 800억원대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자금을 빼돌려 국내에서 부담해야 할 세금을 회피한 혐의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사실 관계 및 법리적 이견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다시 판단 받을 예정”며 불복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다 ‘망 사용료 폭탄’이 떨어질 조짐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지난 25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연결상태 유지라는 역무를 SK브로드밴드로부터 제공 받고 있어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서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사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통신망 제공업자는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에게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에 근거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망 중립성은 ISP 입장에선 여러 데이터에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대가 없이 무임승차하라는 뜻은 아니다”며 맞서왔다. 이 같은 팽팽한 대립에 1심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송중기와 김태리가 주연 우주 SF 영화 '승리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송중기와 김태리가 주연 우주 SF 영화 '승리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업계에선 이번 판결을 근거로 통신사들이 넷플릭스뿐 아니라 구글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과 망 사용료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일평균 네트워크 트래픽의 각각 25.9%, 4.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트래픽이 훨씬 적은 네이버(1.8%)·카카오(1.7%)·페이스북(3.2%) 등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판결 이후 의견문을 내고 “통신사들이 이미 인터넷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는 개별 이용자 이외에 CP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기관도 콘텐트 사업자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넷플릭스가 월정액 인상을 통해 부담 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 “당연히 미리 반영됐어야 할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보다 더 큰 암초는 주춤거리는 성장세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건 2015년이다. 그동안 승승장구해 왔으나 올해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지난 1월 899만3785명에서 2월부터 하락 추세로 바뀌었다. 지난 4월엔 800만 명(808만3501명)도 간신히 턱걸이했다.

국내 OTT 월 이용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OTT 월 이용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토종 OTT도 일전을 벼르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신규 콘텐트 제작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트 100개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CJENM과 JTBC가 손잡은 티빙은 향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거칠 것이 없던 넷플릭스로선 비로소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국내 진출 7년차, 사방에서 포위당한 넷플릭스의 반격 카드는 무엇일까. 어쨌든 시장은 올해를 ‘국내 OTT 대전’의 진정한 원년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상재 산업2팀장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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