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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 줄여 공부지옥 없앤다? 사교육비·학력미달 늘었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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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2022 개정 교육과정과 학습량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내년 하반기 확정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우리나라의 11번째 국가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의 목표부터 교과목, 교과서 내용, 수업과 시험, 입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바탕이 됩니다. 내년에 발표될 2022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1~2학년에 적용되고, 중·고교는 2025년 입학생부터 적용을 받습니다. 이 시점을 전후해서 교육과 입시는 또 한 번 크게 바뀌게 될 것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습량 많다" 응답 40%, "부족하다"는 12%뿐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국민참여 교육과정'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일반 국민의 의견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국민 의견을 모으는 일을 담당한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최근 개정 작업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23일 국가교육회의가 공개한 설문 결과에는 눈길을 끄는 문항이 있습니다. "현재 교과별 학습 내용의 양에 대해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해 응답자 39.8%는 '학습량이 많다'고 답했고 36.7%는 '학습량이 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학습량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2.3%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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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량이 많다는 응답 비율이 제일 높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학습량을 더 줄이겠다는 근거가 확보된 셈입니다. 물론 아직 교육부가 학습량을 줄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교육부는 '학습 내용 적정화'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공부할 양을 줄여 왔습니다.

매번 20%씩 학습량 줄여도 사교육비, 학력미달 급증

지난 2007년 개정 교육과정과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습 내용 적정화가 이슈였습니다. 매번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학습량을 20%씩 줄이는 걸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 때에도 '학습량 20% 감축'이 제시됐습니다. 정말 이 수치대로 학습량이 줄었다면 불과 10여년 사이에 학생들이 배울 내용은 50% 가까이 줄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은 매번 교육과정을 바꿀 때마다 "학습량을 적정화해 과도한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학생들의 공부 부담은 줄었을까요.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안타깝게도 배울 게 줄어서 공부 부담이 없어졌다는 반응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7년 22만2000원이었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기록해 2019년 32만1000원까지 올랐습니다.

배울 내용이 줄었다면 학력 미달 학생도 줄어야 했을텐데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매년 늘어나기만 합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중학교 수학 기초학력 미달은 7.1%였는데 2020년엔 13.4%까지 늘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기초학력 미달 얼마나 늘었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학습량만 줄이면 공부 부담 사라지나

이유가 뭘까요. 우선 목표와 달리 실제 학습량을 제대로 줄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배워야 할 내용의 개수를 줄이기는 했지만 두 개 내용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숫자 줄이기만 했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는 교육과정 상의 학습량을 줄이는 것과 학생의 공부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아무리 교과서 내용을 줄여봐야 입시를 통해 더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경쟁이 있는 한 '학습 부담 감소'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학습량을 줄이느냐 늘리느냐를 두고 또 한 번 논란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공부 부담은 꼭 학습량에 따라 늘거나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잘 가르칠 것이냐는 '질'에 대한 고민이 새 교육과정에 담기기를 바랍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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