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박싱

이준석, 北김정은 본다면? "왜 배운대로 안사냐 묻겠다" [정치언박싱]

중앙일보

입력 2021.06.27 05:00

업데이트 2021.06.27 12:02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이준석(36)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어떤 평론가는 현재 한국 정치의 ‘빅3’를 이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꼽기도 한다. 헌법의 만40세 대선 출마 제한 규정에 걸려 내년 3·9 대선에는 나갈 수 없지만 이름값으로는 이미 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는 ‘준스톤’이란 별명도 따라붙었다. 이준석의 ‘석’을 ‘石(돌)’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톤(stone)’으로 바꿔 준스톤으로 부르는 것이다. 실제는 石이 아닌 錫을 쓰는 데도 말이다. 사실 이런 스타일의 별명은 흔히 셀럽(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에게 붙는다. ‘멋짐의 상징’인 아이돌 그룹 빅뱅의 권지용씨가 활동명을 ‘지(G)-드래곤(Dragon·용)’으로 삼은 데서부터 비롯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드래곤’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쨌든 그는 여러 면에서 한국 정치사를 새로 쓰고 있다. 제1야당의 최연소 대표, ‘0선 중진’이라는 신조어, 서류 가방 대신 백팩이 어울리는 대표 등 각종 탄생에 기여하고 있다.

또 하나 그가 한국 정치를 바꿔 놓는다면 아마 정치인의 화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동안 여의도에서 정치인의 화법은 일종의 ‘기름장어’ 스타일이었다. 어떤 사안을 물으면 구체적 답변을 하기보다 ‘여러 국민의 뜻을 모아 좋은 방향으로 잘 해결하겠다’는 식이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하는 정치인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다르다. 뭔가를 물으면 분명한 자기 입장을 말한다. 기존 정치권의 시각으로 보면 위태위태하지만 2030세대의 시선으로 보면 시원하고 똑 부러진다.

그런 그를 지난 20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취재진이 만났다. 역시나 그는 여느 정치인이면 민감해서 피해갈 질문도 막힘없이 답했다. 자기보다 한 살 많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하며 일침을 가했다.

최근에 앞머리를 내리고 다니는 것 같다. 어떤 콘셉트가 있는 건가. 20대 남자가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이잖나.
“이건 분장실 안 가서 그런 거다.”
최종 꿈이 대통령이라고 보면 되나.
“항상 그걸 목표로 보고 가야 하겠죠. 거기에 도달하는 사람은 극소수지만 정치적으로 더 열심히 해서 나은 평가를 받겠다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고 치기 딱 좋다.”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대위원 됐을 때부터 ‘나도 대통령을 해볼까’ 생각했나.
“비대위원 때는 그것보단 '좋은 기회가 왔으니까 좋은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실패의 길로 간 뒤부터 소명 의식이 강해졌던 것 같다.”
탄핵 국면 즈음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스멀스멀 생겼다는 건가.
“대통령보단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될 때 즈음에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구일 것 같나.
“(대변인) 토론 배틀로 뽑아 올리는 분들 아닐까. 그분들이 실력을 상당히 갖추고 당의 좋은 기회를 얻어서 경쟁하게 될 텐데, 그분들이 동지이자 경쟁자가 될 것 같다.”
대통령이 되려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통일 문제에 대한 주관도 뚜렷해야 한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한민국 절체절명의 과제가 통일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나.
“나는 통일은 계속 해야 한다고 배웠다. 다만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바탕으로 하는 통일에 관심이 많다. 소위 말하는 흡수 통일이다. 저는 북한이라는 나라는 (북한 체제의 가치 중) 살릴 가치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북한에 경제를 배우겠나, 교육을 배우겠나, 법률 체계를 배우겠나. 말 그대로 우리 체제로 통합해야 하는 거다. 건질 게 하나도 없는 나라다.”
백두산 (칼바람) 정신이라든가. (※‘백두 혈통’을 강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백두산을 직접 오르는 모습을 인민에게 보여주는 등 이른바 ‘백두산 칼바람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갖다 버려야죠. 그런 걸 어디다…. 백두산 정신 같은 걸 우리 국민에게 주입할 수 있겠나. 체제 경쟁이 된다면 배려할 수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승계할 만한 게 없는 상황이다.”
만약 대통령 꿈을 이룬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나.

“(김 위원장이) 분명히 어릴 때 (스위스에서)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절대 하면 안 될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을 거다. 그런데 어찌 보면 자기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다.”

‘왜 배운대로 안 사냐’고 묻는다는 건가.
“그렇죠. 어떻게 그렇게 배워서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중 한 명과 무인도에 가야 한다면 누구와 함께 가고 싶고, 왜 그런가.
“이런 거 진짜 좀 골치 아픈데…. 안철수 대표랑 가면 편하긴 편할 것 같다. 내가 말을 들을 일이 없지 않나.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 않나.”
그 말은 유승민 전 의원의 말은 듣는다고 보면 되나.
“(유 전 의원은) 자꾸 뭘 시키고 부탁하려고 할 것 같다. 안 대표랑 가면 따로따로 잘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무인도에 간다면 어떨 것 같나.
“무인도 같이 가면 (구해줄) 배가 나타날 때까지 같이 술만 마시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 윤 전 총장이 가장 좋은 상대겠다.
“그럴 것 같네요.”

질의응답이 오간 뒤 취재진은 이 대표에게 서울 상계동 자택에 초대해줄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흔쾌히 “초대하겠다”고 답한 그는 자택에 오면 “좋은 기삿거리로 대접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인터뷰를 끝낸 이 대표는 평소처럼 백팩을 멘 뒤 따릉이를 타고 길을 나섰다.

허진·성지원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bi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조수진·우수진·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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