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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28분, 수능 책 들고있었다…휘성군 실종전 마지막 CCTV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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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많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제발 무사하게 돌아와 주렴.”

지난 22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실종된 분당 서현고 3학년 김휘성(19)군의 어머니 A씨는 닷새째 연락이 닿지 않는 아들을 애타게 찾으러 다니고 있다. 지난 닷새간 A씨가 가장 많이 되뇐 말이다.

서현고 3학년 김휘성군이 분당 영풍문고에서 수능 관련 서적을 산 뒤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사진 김군 가족

서현고 3학년 김휘성군이 분당 영풍문고에서 수능 관련 서적을 산 뒤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사진 김군 가족

중앙일보와 통화를 한 26일 A씨는 “오늘은 제보가 없어 어제(25일) 받았던 제보도 혹시 몰라 다시 확인하러 가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아들 키가 180㎝ 정도 되다 보니 성인 남성처럼 보인다”며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분당 일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A씨의 카카오톡에는 고3인 아들의 이름이 쓰여있다. A씨는 “전날(25일) 가족·지인과 함께 서현·수내·정자·미금 등 분당 전역에 아들을 찾는다는 전단 400~500장을 붙이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휘성군 마지막 행적 담긴 CCTV엔

김휘성군이 지난 22일 오후 5시 28분쯤 육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김휘성군이 지난 22일 오후 5시 28분쯤 육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김군 가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22일 오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연락이 끊겼다. 실종 당일 분당 서현역 영풍문고에서 책을 사고 AK프라자로 이동한 뒤 행방이 아직도 묘연하다.

실종 당일 오후 5시 22분쯤 영풍문고에서 책을 산 후 오후 5시 28분쯤 주변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게 김군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영풍문고에서는 EBS ‘수능특강’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서적 5권을 샀다고 한다.

김휘성군이 지난 22일 오후 5시 22분쯤 영풍문고에서 문제집을 산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김휘성군이 지난 22일 오후 5시 22분쯤 영풍문고에서 문제집을 산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후 서현역 인근 육교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김군의 모습이 CCTV에 잡혔다. 해당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현역 육교 아래로 내려갔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군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에 따르면 당시 김군은 검은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고 백팩을 맨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검은색 마스크를 쓴 김군은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있다.

김군은 실종 전날인 지난 21일 아버지에게 진로 관련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3이 공부를 안 하면 부모에게 혼날 수 있지 않나”며 “평상시 그런 얘기를 안 했던 것도 아니고, 평소 고3이라면 받을 만한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A씨는 “아들이 컴퓨터를 좋아해서 그걸 잘하고 싶어했다”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성장하고, 취업해서 생활하는데 별 지장 없이 잘 먹고 잘살자’는 게 평소 아이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이용 흔적 없어…경찰, 수색 중 

김휘성군 실종 전단.

김휘성군 실종 전단.

경찰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 등 김군의 심경에 변화를 줄 만한 위험징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 사람들도 “평소와 같았고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가족들은 김군과 연락이 두절된 뒤 김군이 갈만한 주변 PC방·찜질방·스터디카페 등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1시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날 경찰 57명과 소방견 2마리 등을 투입해 김군을 찾고 있다.

김군은 실종 뒤 교통카드·신용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또 실종 당일엔 휴대전화를 학교 책상 서랍에 두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제발 단순 가출이었으면 좋겠다”며 “아이의 흔적이 너무 없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이 주거지로 돌아왔을 가능성을 고려해 집 근처 야산·공원·절 등을 이날 수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범죄 혐의점은 없지만, 단순 가출 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당 곳곳에 붙은 실종 전단 

분당 서현역 AK프라자로 연결되는 육교에 김휘성군을 찾는 전단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분당 서현역 AK프라자로 연결되는 육교에 김휘성군을 찾는 전단이 붙어 있다. 채혜선 기자

김군이 사라진 분당 서현역 곳곳에는 ‘김휘성 군을 찾습니다.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사용 내용도 없어 조금의 제보라도 간절합니다’라는 전단이 붙어 있다. 분당 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 카페 등에도 “휘성군의 행방이나 있을법한 장소 등 작은 제보라도 간절하다”며 관련 글이 올라왔다.

서현역에서 서현고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 가게의 주인은 “전날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가게에 ‘전단 좀 붙여도 되겠냐’고 부탁하고 갔다”며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하루빨리 아이가 무사하게 부모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혜선·최연수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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